13년간 우유 대리점만 고집해 온 K씨.

K씨는 원래 농촌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해왔으나 근처에 있는 젖소목장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유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고 따라서 업종을 선택하는 데도 별 망설임이 없었다.

우유 이외에 다양한 유제품을 함께 판매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상당한 기간 동안 한 회사의 우유대리점만 운영하던 K씨에게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은 우유 공급회사를 바꿔 다시 문을 열게 된 97년경부터였다.

회사를 옮기면서 그는 점포를 서울 신월동으로 이전하고 크기도 좀 더 늘렸다.

점포 전세금은 4천만원.

대형냉장고와 우유 운송장비인 오토바이 자전거 등은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그대로 사용했고 나머지 비품들은 본사와 반반씩 투자했다.

직원으로는 배달 아주머니 15명과 K씨를 도와 전반적인 업무를 관리할 총무 1명을 채용했다.

나머지 영업사원들은 사정이 있는 배달사원이 빠뜨린 곳을 대신 메워주고 일반 소매점에 납품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매일 새벽 3~4시쯤 나와 배달을 시작하는 사원들과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했기 때문에 K씨는 10여년을 하루같이 이른 새벽에 출근해야 했다.

그는 고객 확보요령 및 고객의 취향분석,제품 이미지 제고에도 신경을 썼다.

경쟁업체의 판매전략과 지역에 따른 고객 분포도를 분석하고 전략지역 및 판촉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자료조사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K씨의 수익은 점포 총매출이 3천만원일 때 순익 2백5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새로운 우유대리점을 시작한지 채 일년이 되지 않아 IMF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고객관리에는 어떤 사람보다 자신 있었지만 소비자들의 경제사정이 안 좋아져 우유배달을 끊는 데 당해낼 재간은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는 배달사원들도 늘어났다.

경기가 회복돼 가는 기미를 보일 때도 한 번 발을 끊은 소비자들을 다시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다.

K씨의 아내까지 남편의 우유대리점 사업을 돕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K씨는 드디어 업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10여년이 넘게 우유대리점을 하면서 우여곡절을 겪다보니 다른 사업에 도전해 봐야 겠다는 오기가 생겼다.

K씨는 1년 전 생식대리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했고 사업형태도 우유대리점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우유대리점을 운영할 때부터 남편의 일을 거들던 아내도 가세했다.

K씨가 영업사원 1명과 함께 영업을 맡았고 점포는 아내가 주로 운영하고 있다.

우유대리점 때와 마찬가지로 고객관리에도 힘을 쏟고 있다.

처음에는 회사나 지역 단체 위주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차츰 지역주민들도 입소문을 듣고 K씨의 생식 대리점을 찾는다고 한다.

고객의 주문량에 맞춰 본사에 주문하고 교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재고 부담 없이 알차게 꾸려가고 있다.

10여년의 우유대리점 노하우를 그대로 생식대리점 사업에 응용할 수 있어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낀다는 K씨.

소자본 창업도 점주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02)786-8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