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퇴출로 재계 판도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자동차 건설 물류 화장품에서 할부금융 카드업체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간판을 내리거나 팔리게 돼있다.

앞으로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해당업계의 경쟁구도에 격심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룹판도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현대그룹은 자동차계열분리에 이어 현대건설부실에다 앞으로 중공업까지 계열분리될 경우 재계순위(자산기준)서열에서 한참 밀릴 것이 틀림없다.

이에따라 삼성 LG SK의 ''빅3체제''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서열 7위인 쌍용그룹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있다.

주력기업인 쌍용양회가 일본 태평양시멘트로부터 외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경영권의 절반을 내줬고 앞으로 추가 자구를 위해 정보통신등을 매각하게 돼있어 그룹의 면모를 지키기 힘들게됐다.

쌍용그룹과 비슷한 규모인 한화(9위)와 두산그룹(12위)은 구조조정을 서둘러온 덕분에 부실정리 바람을 전혀 타지않아 쌍용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금호(8위)그룹도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옥매각등의 구조조정을 추진중이지만 이번에 퇴출판정을 받은 계열사는 없다.

20~30위권에서 회생 판정을 받은 고합(22위)과 새한(27위)등도 앞으로 축소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의 자체 구조조정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1년쯤후엔 30대 그룹 리스트가 대폭 개편될 것이 틀림없다.

이와함께 재계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변수는 매각대상기업과 법정관리대상 기업들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는 것.

대우전자 오리온전기 등 매각대상 기업 20개사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도 재계서열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11개 법정관리대상 기업들도 법원이 자본감소후 신주발행으로 새주인을 찾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으로 법정관리를 받게된 대한통운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이다.

이 회사는 전국적인 운송망을 완비하고있어 전자상거래의 물류거점등으로 활용 가치가 엄청나기 때문에 모기업인 동아건설이 부실화됐을 때부터 대기업들이 호시탐탐 노려왔다.

이 회사가 특히 대형 유통업체나 온라인 쇼핑업체등에 인수될 경우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에 매각대상으로 재확인된 대우자동차의 경우 채권단이 이미 미국 GM사와 협상을 벌이고 있어 매각이 확정되면 세계 자동차업계의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종 판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건설업계의 경우 한 때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현대건설이 빈사상태인데다 동아건설은 퇴출판정을 받았고 (주)대우건설부문도 휘청거린지 오래여서 업계 완전재편이 불가피해졌다.

건설업과는 거리를 둬왔던 삼성그룹의 경우 물산과 중공업의 건설부문이 국내 아파트시장을 중심으로 도약할게 틀림없다.

이어 LG건설 대림산업 롯데건설 등도 도약할수있는 기회를 맞았다.

시멘트 업종의 경우 쌍용양회가 1위를 지킬지,동양글로벌 한라시멘트등 2위권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볼지 주목된다.

박주병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