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재 <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소장 >

지난 10월30일 한국중공업(한중)의 민영화를 위한 입찰공고가 게시됨으로써 오랜 세월 유랑하던 "한중 민영화 호"가 마침내 닻을 내리게 되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민영화가 본격 착수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민영화방안을 보면 발전설비와 관련없는 기업들까지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써 발전설비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과,또 국내 5대 대기업이 배제된 점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한중 민영화가 정권이 세번이나 바뀔 정도로 긴 세월을 표류해 온 이유는,규모의 거대성과 민영화 추진주체의 의지가 약했던 점 외에 민영화 당사자인 한중의 강력한 반발 등을 들 수 있다.

한중은 종업원 7천여명에 매출규모 2조4천억원이나 되는 국내 최대의 단일 기계메이커로 재계의 관심도 매우 크다.

한중 민영화는 지난 1989년 추진했으나 유찰됐다.

그 이후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규제완화와 함께 개혁차원에서 대대적인 민영화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민영화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한국중공업을 포함한 4대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는 "주인있는 민영화"와 "경제력 집중 회피"란 두마리 토끼를 좇다 모두 놓치고 말았다.

IMF관리체제 속에서 국정을 인수한 "국민의 정부"는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상황에서 한국중공업을 포함한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를 좋은 호재로 판단하고 의욕적인 정책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종래의 딜레마적 여건들이 여전히 걸림돌로 작용했다.

"경영의 효율성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주인있는 민영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할 경우 어느 정도의 "경제력 집중"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한중 민영화 입찰공고를 보면 5대 대기업은 사실상 응찰할 수 없게 됐다.

또 한중의 핵심분야인 발전설비 산업과 무관한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한 점은,발전설비라는 산업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적지 않은 무리가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세계 발전설비업계는 상상을 초월하는 M&A가 이루어졌다.

유럽의 경우 독일의 지멘스,프랑스의 알스톰 단 두개 회사다.

그리고 발전설비업계의"원조"격인 미국은 제너럴 일렉트릭으로 압축됐다.

그런데 일본은 대규모 업체인 미쓰비시 도시바 히타치 등 여러 업체들이 난립,수요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발전설비산업은 "대기업형 산업"으로서 유럽.미국의 3개 기업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흡수.통합과정을 거쳐 1,2개 업체로 압축된 근본요인은 막대한 기술개발비가 소요되어 단일회사로서는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영화의 근본 목적인 공기업 "경영의 효율성 제고"와 "산업의 경쟁력제고"에 비추어 볼 때,경제력 집중을 이유로 대기업을 원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대기업이 한국중공업을 인수한다해도 과거와 달리 "경제력 집중"현상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선박용 엔진사업이 떨어져 나갔을 뿐만 아니라 외국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어서다.

또 미국 국부의 25%정도를 차지하는 제너럴일렉트릭처럼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면,산업에 따라서는 경제력 집중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가 없다고 본다.

더욱이 우리는 통일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발전설비산업의 민영화를 결코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된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한중 민영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첫째 이미 입찰이 시작되었으나,유찰될 경우엔 입찰자격에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하고 또 "동종업종의 범위"를 발전설비영위업체로 제한해야 한다.

둘째 한중을 인수한 기업은 사업영역을 전문화,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점차 비교우위가 열위한 분야는 과감하게 양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셋째 경영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도록 지배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넷째 선진기술 습득,경영 혁신,시장개척 등에 한중 민영화에 참여한 외국기업을 적극활용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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