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정책에서 간과해선 안될 게 있다.

참여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참여자 가운데 리더가 있어서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감안해 전략을 선택하고, 나머지 참여자는 리더의 전략에 대해 최적의 반응을 하는 ''스타컬버그 게임(Stackelberg Game)''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정부는 경제전체를 생각하고 장기적 비전을 갖는 유일한 주체다.

따라서 정부는 참여자들의 전략적 행동을 감안해서 게임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의 조치가 불리하면 민간은 정부의 기대대로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무색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다,이것이 반복되면 서로간에 불신과 갈등이 축적돼 어떤 정책도 쉽게 균형상태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IMT-2000이 그 모양이다.

정통부가 자율적 복수표준을 천명하자 참여자들은 모두 기대와 달리 움직였다.

그러자 정통부는 주파수 대역별 표준으로 게임의 룰을 바꿨다.

일종의 산업정책적 시도다.

그러나 이땐 이미 정통부가 리더로서의 역할과 신뢰성을 잃어 버렸고,참여자들이 리더로서 역할하려는 단계였다.

기존 참여자들은 모두 ''비동기 방식''이라는 전략적 행동을 취했다.

잠재적 경쟁자였던 하나로통신마저 어떤 의미에선 정부 스스로 내몬 뒤였기에 이들의 선택은 더욱 용이했다.

처음부터 또는 하나로통신이 분명한 참여자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룰을 바꿨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새로이 바뀐 게임의 룰은 하나로통신에는 기습적 동기식 채택이라는 전략적 행동을 가능케 해줬다.

결국 게임 전체가 ''스타컬버그 전쟁상태(warfare)''에 이르고 만 것이다.

한마디로 IMT-2000에 관한 한 정통부는 애초부터 소신도 없었지만 게임의 리더로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가운데 산업정책을 시도했고 게임의 룰마저 어설프게 설계했다.

하나로통신은 정통부와 기존 참여자들이 서로 불신함으로써 입게 되는 불가피한 손해,즉 기초적 게임이론인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를 보여준 셈이 됐다.

하지만 그 손해가 과연 그들만의 손해일까.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