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일이지만 경기둔화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어 걱정이다.

그동안 거시경제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현상에 대한 해석이 분분했지만 이제부터는 내년도 이후 경기가 본격적으로 하강할 경우에 대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특히 미국경제의 성장률이 크게 떨어지고 유로화 가치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세계경제 곳곳에서 불안이 증폭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

통계청이 발표한 9월중 산업동향을 보면 생산 출하 소비 투자 등 실물경제 전반에 걸쳐 상승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산은 지난달에 비해 4.3% 감소했으며 제조업가동률도 78.1%로 3.9%포인트 낮아졌다.

출하와 도소매판매 증가율도 내수부문을 중심으로 둔화됐으며 특히 휴대용전화기 승용차 등 내수용소비재 출하증가율은 마이너스 8.4%로 크게 감소했다.

정부측은 추석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축 등 일시적인 영향 탓이라고 분석하지만 민간연구소들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5%대로 전망한데서 알 수 있듯이 고유가와 금융불안,그리고 내수부진 등의 구조적인 요인을 결코 가볍게 봐선 안된다.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처럼 조심스런 전망의 배경에는 갈수록 확대되기만 하는 반도체 컴퓨터 등 일부 업종과 여타 업종간의 불균형, 지속적인 대외교역조건 악화와 소득분배구조 왜곡 등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특히 주가폭락에 따른 증시침체와 신용경색 현상은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 자금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경제를 주도해온 미국경기마저 본격적인 하강세를 보이고 있다.

3·4분기 미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3.5%보다 훨씬 낮은 2.7%를 기록했는데 이는 2·4분기 성장률 5.6%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은 수출감소와 채산성 악화까지 겹쳐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제 정책당국은 신용경색을 완화시키기 위해 2단계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마무리짓는 한편 사회간접자본 확충, 수출촉진 등 경기대책에도 좀더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또 한가지 신속한 구조조정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기업의욕을 북돋우는 일이다.

특히 정책당국은 기본적인 시행여건도 고려하지 않고 명분만 앞세워 각종 개혁조치들을 무리하게 추진할 게 아니라 기업들이 활력을 잃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