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도렴동에 있는 신용금고연합회에서는 난데없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자신이 거래하는 금고의 실제 자기자본비율이 얼마인지를 따져 묻는 한 예금자와 연합회 직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말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해당 금고가 발표하는 자료 외에는 아는게 없다는 연합회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예금자는 믿을 수 없다며 알려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방금고도 자기자본비율이 18.65%인 우량금고라고 선전했지만 결국 불법대출 사고로 문을 닫지 않았습니까. 금고측 발표를 믿을 수가 없어요"

연합회측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직원은 "금고가 보고해 오는 수치 외에는 연합회도 가지고 있는 자료가 없다"면서 "해당 금고에 가서 따질 일을 왜 우리한테 와서 이 난리를 피우느냐"고 짜증섞인 반응을 보였다.

결국 연합회에서도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한 예금자가 불만에 찬 얼굴로 발길을 돌리고서야 짧은 해프닝은 막을 내렸다.

금고 회원사를 관리하는 연합회 회원업무부의 한 직원은 "연합회로 걸려오는 문의전화에 일일이 대답하느라 직원들의 목이 다 쉴 지경"이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동방금고 사건이 터진 후 각 금고마다 자신의 예금은 안전한지 물어오는 전화가 빗발쳤다.

또 다른 서민금융 기관인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도 최근 잇따른 금융사고로 얼룩져 있다.

서민금융 기관들이 총체적인 난국에 빠졌다.

30년 가까이 신용금고를 운영하고 있다는 지방의 한 금고 사장은 "지금까지 서민금융의 한 축을 맡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버텨왔다"면서 "어쩌다 업계 이미지가 이렇게 추락했는지 모르겠다"고 허탈해 했다.

대다수의 서민 금융기관들은 어려운 영업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계가 진정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불안해 하는 예금자들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해영 경제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