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방콕에서 처음 시작된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가 98년 런던 2차회의 이후 2년만에 서울에서 열린다.

중국 한국 일본을 포함한 아세안 10개국과 유럽연합(EU)15개 회원국이 참석하는 이번 서울회의는 유럽과 아시아간에 구체적인 정치 경제 문화 협력을 이끌어낼 중요한 국제모임이다.

아셈회의의 근저에는 세계화라는 철학이 깔려있다.

아시아 각국이 금융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발전을 모색하는 과정 모두가 이 세계화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아시아는 현재 민주화,정보화,투명화를 지향하는 큰 변화를 겪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의 르네상스라고 불릴만하다.

유럽 15개국 역시 다른 EU 회원국과의 접촉이 늘었으며 정책 수립시 타국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어떤 나라도 혼자서는 국제화된 무대에서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유럽과 아시아는 언어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서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특히 아시아에 대한 유럽인의 이해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종종 아시아 민족의 지적수준이나 재능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유럽과 아시아의 관계에서 유럽의 가장 큰 문제는 유럽인들 다수가 아직도 ''아시아인들이 너무 모르는 것''이 문제며 ''우리가 그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인들은 대체로 그리스·로마 고대문화와 유대·기독교의 종교문화 위에서 형성된 그들만의 정의와 평화에 대한 가치기준을 가지고 아시아를 보려고 한다.

유럽인들은 종교적 차이로 인해 유럽과 아시아의 문화 배경이 크게 다르며,아시아의 정치 시스템은 시민의 직접 참여가 적은 채로 발전해왔고,아시아 문화는 이미 농경문화에서 복잡한 도시중심으로 변했다는 세가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유명한 국제 논쟁은 아시아에 대한 오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유럽인들은 아시아에 금융위기가 온 것은 ''아시아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 증거라며 유럽문화의 우월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처럼 우열을 따지는 것은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돼왔다.

유럽과 아시아간뿐 아니라 EU 15개국간에도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아시아 지역 역시 각 나라마다 문화가 서로 다르다.

문화와 행동양식에 대한 오해는 지역 분쟁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중 하나다.

이러한 오해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내 나라가 다른 나라와 어떻게 다른지를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차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 정책이 선행돼야만 각국이 국제 무대에서 정치 외교 경제 정책을 수립할 때 다른 회원국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아셈회의의 성공 여부는 서로에 대한 차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러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아셈 모든 회원국의 자발적이고 효율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아셈 1·2차 회의에서는 이같은 노력이 충분치 못했다.

세계는 아셈의 미래를 역동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국제회의가 어떤 역할을 해낼지 주목하게 될 것이다.

정리=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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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코라도 레타 아시아 개발은행 고문(전 이탈리아 외무부 아시아정책담당 고문)이 18일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새 책 발표회(21세기의 아시아 유럽 파트너십)에서 행한 연설내용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