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이란 부잣집 도령이 건너마을에 사는 덕숭낭자를 한번 만난 뒤 상사병에 걸렸다.

그는 절을 지어주면 결혼을 승낙하겠다는 낭자의 언약에 따라 절을 짓고 드디어 신방을 차렸다.

수덕이 덕숭의 손을 덥석 잡는 순간 뇌성벽력과 함께 낭자의 모습은 사라지고 덕숭의 손에는 버선 한 짝이 움켜쥐어져 있었다.

낭자는 관음의 화신이었다.

지금도 수덕사 인근 바위틈에는 버선꽃이 피는데 이 꽃을 ''관음의 버선''이라고들 부른다.

덕숭산 수덕사에 얽힌 연기설화다.

역사가 오랜 절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설화들이 전해온다.

하지만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아무리 눈을 씻고 사적(寺蹟)들을 뒤적여 봐도 불상에 우담바라가 피었었다는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도 의왕시 청계사의 관음보살상에 우담바라가 피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97년 경기도 광주의 ''우리절''금동여래상에서 핀 것을 필두로 지난 7월 대전 유성의 천태종 절인 광수사 금동비로자나불에 이어 올들어 두번째다.

우담바라는 인도전설에서 여래(如來)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나타날 때 피어난다는,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 상상속의 꽃이다.

전륜성왕은 부처처럼 32상(相)과 7보(寶)를 갖추고 있으며 무력에 의하지 않고 정의와 정법의 수레바퀴를 굴려 세계를 지배하는 이상적 제왕을 가리킨다.

불교에서는 BC3세기의 아소카왕을 세속의 전륜성왕이라고 칭해 오고 있다.

식물학상의 우담화는 우담바라에서 음을 따온 것으로 뽕나무과의 교목인 무화과속에 딸린 한 종이다.

지금도 인도 스리랑카 등지에서 자라며 열매는 식용으로,잎은 코끼리의 사료로 쓰인다.

꽃받침에 가려져 꽃이 밖으로 보이지 않는 은화식물이어서 3천년만에 한번씩 꽃이 핀다는 속설도 생겼다.

''무량수경''에는 ''우담바라가 사람의 눈에 띄는 것은 상서로운 일이 생길 징조''라고 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굳이 못마땅해 할 이는 아무도 없을 게다.

하지만 불상에서 꽃이 핀다고 해서 모두 우담바라일까.

해당 절의 사적에나 기록해 두었으면 어떨지.속좁은 속인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