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판다"

세계적 브랜드 평가기관인 미국 인터브랜드사는 지난해 삼성의 브랜드가치를 52억달러로 평가했다.

국내기업중 최고이긴 하나 전세계적인 기업들과 견준 비교에선 59억달러의 펩시콜라에 이어 33위에 머문 기록이다.

삼성은 이에따라 오는 2003년까지 브랜드가치를 2백억달러 수준으로 높이기로 하고 대대적인 브랜드 마케팅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은 이를통해 현재 21%로 B마이너스 수준인 비보조 브랜드 인지도를 40%로 끌어올려 A마이너스 수준까지 높인다는 목표이다.

삼성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반도체,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 등 월드베스트 제품과 휴대폰 등 디지털제품의 기술경쟁력 우위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이른바 올림픽 마케팅에 초점을 두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최근 끝난 시드니 올림픽의 무선부문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2억달러를 투자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전세계 언론에 1백여차례나 노출되는 등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5%가량 향상되고 투자비의 5배 정도인 10억달러 정도의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 동계 올림픽, 2004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릴 하계 올림픽에도 공식 파트너로 참여, 브랜드 마케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처럼 브랜드 마케팅에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브랜드는 기업이 가진 상품이나 광고 기술 디자인 인재 사회공헌활동 마케팅 서비스 조직문화 등 모든 실체적 요소들이 모여 형성된 무형자산이기 때문이다.

무형자산의 가치 상승이 바로 기업가치로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아날로그시대엔 제품이나 기술을 파는 전략이 우세했지만 디지털시대엔 브랜드 가치를 파는 것으로 적극 전환하는데도 한 이유가 있다.

LG는 핵심계열사인 LG전자와 LG화학을 중심으로 브랜드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LG는 지난 95년 럭키와 금성사로 양분된 브랜드를 LG로 바꾸면서 대대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선 올해초까지 LG로 브랜드를 바꾸는 작업을 펼쳐 왔다.

96년 중국, 중국 상반기 러시아및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97년 하반기 중동-아프리카 중남미 유럽 등의 교체를 실시했다.

지난해엔 프랑스지역 교체를 마친데 이어 지난 상반기엔 북미지역에서 마지막 교체작업을 완료했다.

LG는 다국적 광고대행사인 오길비 앤 마드가 제작한 TV및 인쇄 광고물을 중심으로 브랜드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LG는 전자를 중심으로 연간 3억달러 정도의 브랜드 마케팅 비용을 투입하고 있으며 비용 대비 측면에서 10배정도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SK는 선경 유공 한국이동통신 등 사명이 각각 달라 고객들이 혼선을 빚는 일이 생기자 94년부터 전반적인 CI 작업에 착수, 96년 4월 "SK"로 결정했다.

지난해초 "고객이 만족할때까지 OK! SK"라는 고객만족 기업브랜드 광고를 시작으로 "고객이 행복할 때까지 OK! SK"라는 고객행복 캠페인광고를 대대적으로 벌였다.

기업의 철학과 기업 내부 변화의 의지까지 전달하려는 광고전략이었다.

이 캠페인은 새로운 그룹명칭인 SK를 쉽고 분명하게 알리면서 발음이 비슷한 OK를 붙여 고객만족 의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외환위기이후 각 기업이 광고를 대폭 삭감하는 가운데서도 SK는 오히려 광고비를 늘려 집행했다.

광고비를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로 보고 다른 기업들이 광고를 줄일때 오히려 기업가치광고를 강화한다는 전략이었다.

현대는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을 계승과 혁신이라는 두가지로 추진중이다.

계승은 자동차 중공업 전자 건설 금융 등 계열분리를 통해 새로운 시대적 조류에 부합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창조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한국경제 건설의 선구자"라는 현대의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현대는 아울러 중후장대 산업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미래지향적 슬로건과 캐릭터 발굴을 통해 신세대 소비자들에게 현대의 새로운 혁신이미지도 심어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코오롱은 대한체육회 공식스폰서로 시드니 올림픽 참가선수단 단복 및 트레이닝, 운동복을 지원하는 등 의류업체 특유의 브랜드 마케팅을 펼쳤다.

또 효성은 이익을 내는 품목인 스판덱스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최근 브라질에서 열린 남미 최대 섬유전시회 "피나텍" 참가하는 등 행사를 통한 브랜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