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린이대공원 후문 길 건너편에 자리잡고 있는 범암빌딩(중곡2동) 지하 1층.

나츠(natz.com)라는 크지않은 간판 아래로 계단을 걸어내려 가면 처음 말을 듣고간 인터넷 벤처기업이라는 느낌은 이내 가셔버린다.

다소 답답해 보이는 사무실(30여평) 구조와 채도가 떨어지는 내부 인테리어 색상이 마치 투박한 제조업체 사무실과 같은 인상을 준다.

사장실이라고 꾸며진 공간은 더욱 기가 막힌다.

채 2평이 안되는 사무실 구석엔 별다른 장식없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서적들만 덜렁 놓여있다.

기업 전산실 기능을 국내 처음으로 인터넷을 통해 ASP(프로그램 임대) 방식으로 제공하고 있는 첨단 솔루션 업체라고 보기엔 너무나 뜻밖이다.

박진산 나츠 사장(34).

그에겐 이같은 고전풍의 사무실도 일종의 사치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변변한 사무실 하나없이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던 97~98년.

이후 장담할수 없는 그의 실험 작품작을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고객 기업을 이리저리 찾아다니던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낙원이다.

특히 어릴적 않은 소아마비로 거동을 목발에 의지해야 하는 박 사장에게는 지난 세월이 그야말로 꿈만 같다.

사회의 보이지 않는 냉대와 차별에 자금 조달이나 영업이 보통 사람들보다 수십배 이상 어려울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박 사장은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에만 매달렸다.

강릉고 출신인 그는 삼육재활학교 전산학과에서 익힌 이론을 바탕으로 90년대 중반 용산상가에서 컴퓨터를 조립.판매하던 시절부터 줄곧 기술 개발에만 골몰했다.

많은 인터넷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 휘파람을 불며 사업을 꾸려갈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달 정식 법인으로 설립된 나츠(자본금 3억)는 이미 수주된 사업에 의해 올해 20여억원의 매출이 무난하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내년 매출은 60억원이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 사장의 아이디어는 최근 유행하고 있는 "기업 전산실 아웃소싱".

서버등 기업들의 정보시스템 장비와 업무용 프로그램 개발및 유지보수를 모두 맡아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인터넷상에서 직원들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볼수있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박 사장이 이 생각을 처음 해낸 지난 96년에는 어느 기업도 이 개념에 귀를 기울려 주지 않았다.

"당시 전산실 아웃소싱이라는게 국내에서는 전무한데다 인터넷도 일부 정보통신 선구자들만이 사용할수 있는 수준이었다"는게 그의 설명.

박 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적용 범위가 넓은 자바언어를 기반으로 ASP 개념의 기업 전산화 프로그램을 96년 국내 처음 개발한데 이어 원격지 서버및 프린트 관리 프로그램,전송 암호화 보안프로그램,자동 홈페이지 제작 프로그램등을 잇따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박 사장의 기술이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은 개발 완료 꼭 1년만인 지난 97년말 이었다.

인천 대주중공업으로 부터 견적서 제출 1년만에 뜻하지 않게 연락이 온 것.

공장과 지사가 여러곳에 흩어져 있는 대주측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보수를 할수 있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필요성을 뒤늦게나마 인식했던 것이다.

대주중공업은 서울 상암동에 건설중인 월드컵경기장 철골조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필요해진 정보시스템 증설 마저도 나츠측에 모두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의류등의 상표 라벨을 제작하는 외국업체인 RVL코리아,엔지니어링 업체인 윌플랜트,정보통신 장비업체인 시그마텔레콤,기아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인 케이텍등에 인터넷 정보시스템을 일괄 구축중이거나 부분적인 네트워크 설치작업을 진행중이다.

박 사장은 "모든 기업과 사람들에게 공개된 인터넷망을 잘만 이용하면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 가장 실용적으로 사용할수 있는 방안을 많이 찾아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제서야 국내에 바람이 불고 있는 기업용 솔루션 ASP를 소리소문 없이 3년 가까이 서비스해본 결과 기업들이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비해 40~50% 가까이 비용 절감이 되고있다고 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박 사장은 은행 백화점등에서 사용하고 있는 CC(폐쇄회로)TV를 디지털화해 직원이 일일히 촬영 테이프를 교체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원격 관리하는 서비스를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02)456-2411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