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진성호는 장인이 주가조작 정보를 아직 갖고 있을뿐 아니라 과거 아내와의 불편했던 관계가 지금 와서 어떻게 과장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황무석은 현명한 사람이라고 탄복했다.

"그러지요.모든 예절을 갖춰서 삼일장을 하기로 하지요"

진성호는 전화를 끊었다.

차로 걸어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진성호는 그 자리에 서서 핸드폰을 귀로 가져갔다.

"성호야,잠깐 기다려! 어머니 바꿔줄게"

누이 진미숙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성호니? 에미다…성호야,어쩌다 이렇게 되었어? 죽은 아이도 불쌍하고 너도 얼마나 상심이 크겠어.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일찍 찾아왔어야 하는데 의사 말만 믿고…어떻게 회복중이라는 애가 갑자기 숨을 거두어…"

어머니가 훌쩍였다.

"어머니,그런 병은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예요.의식을 회복하는 기미가 보였다는 것이 오히려 나쁜 증세였나봐요"

"너 지금 어디니? 괜찮아?"

"어머니,제 걱정은 마세요.형 있으면 좀 바꿔주세요"

잠시 후 진성구가 전화를 받았다.

"장례절차는 우리 회사 황무석 부사장이 처갓집과 의논해 책임지고 처리하기로 했어요.

그런 일에는 황 부사장이 경험이 많으니까 형은 걱정하지 말아요.

어머니와 형은 다시 오실 필요 없고,미숙 누이만 집에 갔다가 저녁에 와도 된다고 전해주세요"

"너 정말 괜찮겠어?"

"형님,제 성질 알잖아요?아무렇지도 않아요"

진성호는 전화통화를 끝내고 차에 올라탔다.

일단은 어디 가서 잠깐 머리 좀 식힌 다음 다시 이곳 병원으로 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선뜻 결정할 수가 없었다.

회사로 가기는 싫었고 회사일로 누굴 만나고 싶지도 않았다.

진성호는 문득 민 박사 사무실에서 형사가 이미지를 언급한 사실이 떠올랐다.

앞으로 수사과정에서 그들 형사들의 불찰로 이미지가 어떤 충격을 받을지 몰라 불안해졌다.

"반포아파트로 가"

진성호는 기사에게 말했다.

이미지가 사는 반포아파트로 가 그녀에게 미리 상황을 설명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차는 신촌 로터리를 지나고 있었다.

진성호는 의식 회복단계에 있는 아내를 잔혹하게 베개로 눌러 질식사시킨 것이 자신이나 자신의 사주에 의해 누군가 저지른 범행이라고 굳게 믿는 듯한 천 형사의 완강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불륜관계를 맺고 있었던 아내와 정동현 두 사람에게 동시에 원한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진성호 자신뿐이었다.

괴한을 시켜 정동현을 성불구자로 만든 것도 분명히 자신이었다.

하지만 천 형사가 그 사실을 알아낼 리가 없었다.

진성호는 순간 긴장했다.

정동현을 폭행한 괴한들의 신원에 대해 천 형사가 어떤 확증을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진성호는 천 형사가 어떤 확증을 잡고 그런 행동을 취하는지 궁금했다.

그는 가능한 빨리 황무석을 시켜 자세한 내막을 알아보도록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