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패션"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마 "디자이너 앙드레김"이 첫 손 꼽힐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앙드레김.

그의 이름은 이미 대중들에게 "디자이너의 대명사" "패션의 대부"로 자리잡고 있다.

실제 패션디자이너로서 그의 영향력은 엄청나다.

지난 연초 그가 TV에 나와 특유의 억양으로 "올 봄 유행 컬러는 바이올렛"이라고 말한 다음 날 전국 의류매장의 바이올렛색 옷들이 한순간에 동나버렸다.

또 "여름에는 베이지 컬러의 쿨(cool)한 린넨이 좋다"는 멘트가 방송을 타고 난 직후 역시 마로 만든 베이지색 옷이 불티나게 팔린 일화는 지금도 의류업계의 얘깃거리다.

얼마전 한 패션비즈니스 전문지가 현역 디자이너 1백60명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에서 "20세기 국내 패션계에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 디자이너 1위"로 앙드레김이 선정된 것도 이같은 파워를 설명해준다.

이처럼 대단한 힘을 갖고 있는 그에 대한 패션계의 눈길이 고운 것만은 아니다.

"안티 앙드레김" 세력도 만만치 않다.

"앙드레김은 세계 패션의 흐름과 무관한 스타일에 매번 비슷한 옷만 계속 들고 나온다" "그는 연예인이지 디자이너가 아니다"라고 일축해버리는 기성 디자이너들이 상당 수 있다.

일부 디자이너들은 그와 같은 무대에서 패션쇼를 갖는 것을 아예 거부할 정도다.

그런 점에서 앙드레김은 패션계에서 "주류"로 불리는 세력과 다른 길을 가는 "비주류" 디자이너다.

그러나 요즘 젊은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그를 재평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20-30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는 "모든 디자이너들이 하나같이 세계 패션의 흐름만을 바라본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자신만의 색깔을 지켜온 앙드레김의 패션세계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그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와 같은 무대에 서는 것을 거부하는 디자이너들에 대해서는 "대중들의 이목이 앙드레김에게 집중되는 것을 기피하는 안일한 태도"라고 비판한다.

대중과 매우 친숙하고 오랜 세월 자신만의 색깔을 지켜온 앙드레김.

오히려 그런 점이 그에 대해 엇갈린 평가를 낳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척박한 국내 패션디자인계에서 그만한 논쟁거리를 제공하는 인물로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게 패션계 사람들의 공통된 견해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