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송 자 전 교육부 장관,금융감독위원회 등 정부소속 위원회의 비상임 민간위원,금융기관의 최대주주,전직 관료 등 사회 저명인사들의 사외이사 겸직 파문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경제부의 지시로 상장회사협의회와 증권거래소가 공동으로 ''사외이사제도개선 및 사외이사직무수행기준제정을 위한 위원회''를 구성,10월말까지 사외이사의 직무수행기준을 만든다고 한다.

현재 모든 상장기업은 이사의 4분의1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게 돼 있다.

자산규모 2조원이 넘는 상장법인 증권회사 보험회사 및 모든 은행과 종합금융회사는 이사회의 2분의1 이상,최소 3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사외이사 제도가 발달된 서구에서는 사외이사를 ''independent director''로 표현한다.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한 자격요건이 ''회사의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이라는 뜻이다.

독립성이 확보되지 못한 사외이사는 사내이사로 보아야 한다.

''독립적''이란 사외이사가 회사의 경영진으로부터 외관적(구조+관계)으로,또한 정신적(실질)으로 의사결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외이사의 두번째 자격요건은 ''경영에 대한 전문성''이다.

세계적으로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기업지배구조를 선호하는 이유는 경영성과의 향상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외이사의 역할로 감독과 감시가 유난히 강조된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이유가 대기업 소유경영자들의 전횡에 의한 폐해가 심했기 때문이다.

불공정한 내부거래가 일상화되고,소유권과 지배권의 세습에 집착하는 소유경영자가 전권을 행사하는 기업의 주식공개와 상장을 허용한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었지만 뒤늦게나마 사외이사 제도를 강화하여 이러한 잘못된 관행을 감시하겠다는 것이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세계화된 시장에서 생존과 퇴출의 기로에 서있는 기업들은 내부정보가 경쟁자에게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진은 사외이사에 대한 신뢰,특히 기밀유지에 대한 신뢰가 확립되지 않는 한 내부정보의 제공을 극히 꺼린다.

그래서 사외이사의 세번째 자격요건은 ''기밀유지에 대한 신뢰성''이다.

사외이사와 경영진간의 관계는 대립이 아니라 협력 관계다.

또 사외이사는 기업의 외부인 입장이 아니라,전체 주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경영진을 감시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사내이사뿐만 아니라 사외이사에게도 주식보유를 의무화하는 기업들이 다수다.

사외이사 보수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여 사외이사들이 주주의 입장에서 경영진을 감시하고 평가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한다.

또 사외이사의 역할을 다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시간 이상의 투입을 의무화하고 이에 상응하는 상당한 수준의 보수를 지급한다.

연간 최소한 1백시간은 투입해야 제대로 사외이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는 ''일정수량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정부기관의 비상근위원 및 자문위원,금융기관의 주주로서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의 임원에 의한 사외이사의 취임을 금지하고,현재 평균 3백만원인 보수를 하향 조정하며,사외이사의 정보요구권을 강화하되 책임은 완화하고,선임시 집중투표제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해상충의 문제는 독립성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양보할 수 없지만,이대로 사외이사의 직무수행기준이 정해진다면 사외이사제도는 차라리 포기하는 것이 낫다.

책임도 없고,보수도 얼마 안되며,잘못하면 망신 당하는 사외이사직에 투철한 사명감으로 열심히 봉사할 훌륭한 유자격자가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 박사
△한국·미국 공인회계사
△한국공기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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