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 서울포럼 대표 / 건축가 >

''경제(economy)''와 ''경영(management)''의 차이가 무엇이냐 하는 나의 아마추어적 질문에 대한 아마추어적 해석.''경제는 거시적이고 경영은 미시적이다.

경제는 장기적이고 경영은 즉각적이다.

경제는 생각이고 경영은 행동이다.

경제는 분석이고 경영은 통찰이다.

경제는 계획이고 경영은 전략이다.

경제는 결과적이고 경영은 예측적이다.

경제는 명분에 연연하고 경영은 언제나 실리적이다''

''정치경제(political economy)''란 무엇이냐는 나의 아마추어적 질문에 대한 아마추어적 해석.''정치적 변수 없는 경제는 이 세상에 없다는 것,정치와 경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밀착 또는 유착관계라는 것,안타깝게도 정치 선진화와 경제 선진화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개방적인 복잡경제에서는 선진 정치 없다가는 뒷다리 잡는 정도가 아니라 머리까지 물 속에 처박히기 쉽다는 것''등이다.

가속되는 남북한 교류를 보고 있으면 경제와 경영의 차이,정치경제의 역학에 대한 의문이 저절로 떠오른다.

작금의 경제불안에는 내외부적으로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겠지만 가장 큰 것은 불투명성과 비예측성 때문에 오는 불안감일 것이다.

''앞이 잘 안보인다.

계획의지는 있는 듯해도 실천의지는 의문스럽다.

사소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정치 분쟁 덕분에 실리적 논쟁은 저만치 밀려 있다.

명분조차 분명하지 않은 싸움이 계속된다'' 같은 상황에서 오는 불안이다.

안개처럼 피어오르는 불안증이다.

더욱이나 외환위기를 된통 맞아본 국민으로서는 그 무서운 결과를 아는 만큼 어찌 불안하지 않으랴.

그런데 남북한 교류에 대해서만큼은 마치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있고,계획된 추진일정이 있고,면밀한 효과 분석과 예측이 있는 것처럼 전개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남북한 교류가 과연 그럴 수 있는가.

현 단계에서는 분명 ''내치''가 아니라 ''외치''인 남북한 관계야말로 아직 서로 잘 모르고,믿을까 말까 저울질 하고,속내가 무엇일까 의심을 거듭하기도 하는 불안정한 관계인 것이 정상 아닌가.

마치 남녀간의 연애 초기처럼 기대와 불안,믿음과 불신이 교차되는 것이 남북한 관계의 기본 성격 아닐까.

그런데 왜 남쪽은 연애 초기 정도가 아니라 마치 결혼을 약속하고 날짜까지 다 잡은 것처럼 마음 주고, 시간 주고, 돈 주고 하는 것일까.

남쪽은 북쪽에 대해서 만큼은 큰 틀의 원칙론적 경제만 고수하는 듯 싶고,북한은 훨씬 더 현명하게 이 상황을 잘 경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경제가 심각하기로는 더욱 심각한 것이 북한일터인데도 북한은 저리 느긋하고,우리는 이리도 조급하게 구는 것을 보면 확실히 ''정치경제'' 밀착관계의 힘이란 세다 싶다.

남쪽은 선거에 의한 민주정치라는 바탕에서 초조해 보이고,북한은 일사불란한 전체주의정치라는 것을 잘도 이용하니 말이다.

느긋하고 절도를 지키면서 외교적인 줄다리기도 하고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얻을 것 얻어내고 또 자존심과 생색은 차리는 북한의 대남관계를 보면 북측의 경영감각은 감탄할만 하고 오히려 믿음직해 보일 정도다.

그 반면,남쪽의 행동은 어딘지 초조하고 불안해 보인다.

지나치게 빠른 남북한 교류가 혹시 남쪽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는 게 아닌지 정부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남북한 교류''는 1970∼80년대 ''개발시대''나 ''중동특수''같은 역학은 분명 아니다.

남북한 경협이 단기적으로 돈 벌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이산가족 교류에 대해서 눈물 흘리며 민족유대 감정을 확인하는 것 만큼이나 상당수 국민들은 남북한의 가속되는 경제정치 교류의 효과와 방식에 대해서 확신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부디 남북한 교류를 ''경영''하라.정치경제의 볼모가 되지 말라.1대1의 대등 관계를 만들라.사랑한다고 일방적으로 정을 퍼붓다가는 결국 깨져버리는 남녀처럼 되지 않게 하라.남북한 관계는 서로에 대한 끝없는 견제와 성의의 냉철함이 필요하다.

부디 믿음직스러운 경영감각을 기대한다.

jinaikim@www.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