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 가치가 폭락세로 치달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 중앙은행(ECB) 그리고 일본은행이 공동으로 시장개입에 나서는등 최근 국제 금융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전개는 비상한 관심을 끈다.

3대 중앙은행이 공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 자체가 지난 95년 엔화에 대한 시장개입 이후 처음일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고 그만큼 사정이 다급했다는 얘기도 되겠다.

유로화 폭락으로 유럽 지역의 인플레 가능성과 주가폭락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기업들의 유럽지역 영업부진과 격화되는 미-유럽간 무역분쟁 등 자칫 세계 경제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들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국제 외환시장이 불안해졌다는 설명들이다.

지난 99년 유로당 1.16달러에서 출발한 유로화는 그동안 지속적인 가치하락을 겪어왔고 시장개입이 단행된 지난 주말에는 유로당 0.8487달러의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치면서 유로화 위기론까지 제기된 정도였다.

3개국 중앙은행의 시장개입으로 유로당 0.89달러까지 시세가 급반등하기는 했으나 이번주 국제외환시장 동향에 세계 금융가의 시선이 집중되는등 불안감은 여전히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및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를 앞두고 23일 프라하에서 열린 G7 재무장관 회의가 "각국이 유로화 안정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것도 국제유가와 더불어 유로화 폭락이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유로화 동향에 주목하는 것이 단순히 우리나라의 대(對) 유럽 수출감소와 유럽 기업에 대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서 만은 아니다.

유럽지역에서의 PC판매 부진이 인텔사 주가를 급락으로 몰아갔고 이것이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세계 증권시장의 첨단기업 주가를 폭락세로 밀어넣을 만큼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은 이미 긴밀한 내적 연결고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포드의 대우차 인수포기와 외국인 주식 매도에 따른 증시붕괴 등으로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국내경제 위기감도 최근의 국제금융 시장 불안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우리경제 체질이 각종 외부 요인에 극도로 취약해 국제적인 가격변수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일순간에 경제전체가 곤두박질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에 이어 이번에는 유로화 폭락이 우리경제의 전도를 가로막는 새로운 장애물로 부상해 있지만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업계는 문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나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