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우차 채권단이 사실상 현대단독 입찰을 허용하자 현대자동차가 반기기는커녕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와 협의를 하면서 시간을 벌려고 했던 현대자동차는 정부가 태도를 돌변하자 당혹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18일 대우차처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근영 금감위원장이 "현대는 반드시 다임러와 함께 참가해야한다"고 못을 박은지 하루만에 대우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엄낙용 총재는 "현대 독자적으로 참가하는 것도 허용해야 한다"고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정부가 ''선인수 후정산'' 방식을 내세운 것도 따지고 보면 GM보다 현대자동차를 의식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GM은 대우차를 누구보다 잘알고 있어 실사를 필요로 하지 않고 현대는 대우를 충분히 실사해야하는 입장을 채권단이 배려했다는 풀이다.

지난 6월 1차 입찰때는 거의 노골적으로 현대차의 참가 자체를 못마땅해 하던 채권단이 포드를 놓치고 나자 불안한 나머지 현대 끌어들이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부 채권단 및 대우 구조조정협의회 일각에는 "미숙하기 짝이 없는 국제입찰운영으로 포드가 대우인수를 포기하는 사태를 자초했다"는 비판여론이 확산된데다 경제전반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자 대우차문제를 무조건 빨리 해치우고 보자는 속셈도 엿보인다.

특히 오호근 대우구조조정 협의회 의장이 계약만료를 이유로 사표를 내고 싱가포르로 떠나기로 하는 등 협상실무주체가 흔들리는 것도 정부와 채권단으로 하여금 입찰을 더욱 서두르게 만들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이 적극적으로 나오는데 반해 현대는 오히려 뒤로 물러서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포드가 대우를 실사해본 결과 상상을 초월하는 부실덩어리라는 사실을 알고 질겁을 한 것 같다"면서 "한국정부가 웃돈을 얹어주어도 대우차를 인수해서는 안된다고 포드가 판단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대우를 탐냈던 이유는 동구권 생산기반이었는데 외신이 전하는대로 동구권공장의 구조조정이 현지 법제도 등의 규제로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