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서민이라면 큰맘 먹고 아내 옷 한벌 사주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또는 남편 양복을 사러 갔다가 옷에 붙은 가격표시(tag)를 보고 아연실색한 경험이 한번씩은 있었을 것이다.

"아니 웬 옷값이 이렇게 비싸! 그깟 천조각이 얼마나 한다고…"

우리나라 옷값은 정말 비싸다.

백화점에서 파는 유명 ''브랜드''의 정장 한벌 가격은 보통 40만∼50만원.

요즘에는 70만∼1백만원대의 제품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의류업체 사람들도 스스로 옷값이 비싸다고 인정한다.

이 정도면 옷값의 원가가 궁금해진다.

A브랜드 가을 신상품 재킷 원가를 따져보자.

일단 모혼방 원단 1마반의 비용이 1만4천원,단추 안감등 부자재 가격이 4천7백5원,봉재 등 임가공비가 1만6천원 들었다.

여기에 부가세를 감안해 1.1을 곱한 3만8천1백76원이 원가가 된다.

그러나 A브랜드 재킷의 판매가격은 원가의 4.4배인 16만8천원.

원가의 4배 이상을 받아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남는게 없다"고 업계 사람들은 말한다.

왜 그럴까.

현재 롯데등 백화점에 매장을 갖고 있는 이 브랜드는 백화점측에 판매액의 35%를 수수료로 떼준다.

그밖에 물류비 판매사원임금 등의 비용으로 15% 정도가 나간다고 한다.

결국 판매가에서 수수료와 부대비용 8만4천원과 원가를 뺀 금액 4만5천8백24원이 본사로 들어오는데 여기에서 직원월급과 회사 운영비등이 빠져나가면 남는 것은 판매가의 3% 정도.

결국 원가의 4.5배 정도로도 채산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원부자재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백화점 수수료가 비싼게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몇년전 ''세계에서 리바이스 청바지가 가장 비싼 나라는 한국''이라는 얘기가 나온 적이 있다.

당시 매스컴과 국민들은 "왜 우리나라만 옷값이 그렇게 비싸냐"고 의류업체들을 탓했지만 업계 사람들은 "한국의 유통구조를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발끈했다.

미국이나 유럽지역의 백화점은 한국처럼 수수료를 챙기는 매장이 아니라 물건을 직접 사들여 판다.

옷값이 비쌀 이유가 없는 것이다.

s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