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한가위,그러나 건설산업은 풍요는 커녕 빚에 시달리고 불투명한 미래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발전 외화벌이의 효자라는 것은 지난 얘기. 건설산업은 한국경제의 애물단지가 돼버렸나.

건설산업은 외환위기 이전에도 이미 불황을 겪고 있었다.

1980~90년대 거품경기 동안 엄청나게 쏟아진 물량과 온갖 서비스 공세를 해주던 거품 관행 덕분이다.

무너진 기업치고 건설부문 때문에 발목을 잡히지 않은 기업이 없었다.

외환위기 초기에는 실업률 억제를 위해 토목공사 발주,아파트 건설 촉진이나마 있었지만,이것도 잠깐의 약효일 뿐이었다.

참으로 건설관련 산업은 빈사상태다.

사면초가에 첩첩산중이다.

밖으로는 신통찮은 기술력과 신용 부재에 시달리고 있다.

선진 건설시장에의 진입은 커녕 유가 상승과 더불어 기대되는 중동 특수에 동승하는 것조차 기대하기도 어려우니 안타깝다.

안으로는 거품이란 거품은 모조리 걷힌 상태고 투기는 커녕 투자 마인드조차 없다.

땅값이 오르거나 집값이 오르기를 기대할 수 있는 그린벨트나 아파트 요충지 빼고는 투자열풍이란 없다.

내집 마련이나 사업운영을 위한 확실한 ''유효수요''외에 가수요라는 것은 없다.

그것도 그럴 것이 아무리 양도소득세나 주택임대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준다해도 새발의 피 정도에 불과한 혜택이니 집에 돈을 묶어두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는 것이다.

''주택부족''이니 ''집값 앙등''이니 ''전세 대란''이니 하는,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종종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던 명분들도 이제 약발이 안 먹힌다.

열심히 아파트를 지어온 덕분이다.

주택부족이라는 급한 불은 이제 웬만큼 끈 것이다.

지방경제의 몰락이니 건설경제의 붕괴니 하며 업계에서 아무리 부양을 외쳐도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든 만큼 별로 효과가 없다.

그런가 하면 환경악화에 대한 사회의 인식변화와 정책변화도 사업환경을 점점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개발기간도 길어지고 개발 간접비용도 녹록하지 않게 든다.

지난 4반세기 동안 내내 풀어주기만 했던 개발규제들을 점점 조여가는 중이다.

건폐율, 용적률, 도시계획용도 규제, 환경관련 규제 등 강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건설산업환경은 확실히 바뀌고 있다.

''싼 노동력,밀어붙이는 추진력,베팅 담력,땅짚고 헤엄치기 개발투자,인허가 로비력''이 별 소용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대신 눈에 불을 켜고 개발을 지켜보는 사회,퀄리티 서비스를 요구하는 사회,하나하나 비용이 드는 사회환경이 돼버린 것이다.

관건은 이런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건설산업이 홀로 서서 제 구실을 할 수 있느냐다.

어차피 단기적인 건설경기 부양책이 별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제환경인 바에야,차라리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조정의 제도적 개선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초고속 개발성장과 거품경기 때 건설산업을 보던 관점을 이젠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건설산업을 ''한탕이 가능한 산업,비자금 조성이 가능한 산업,높은 수익률 산업''이 아니라 ''기술력 평가,신용평가와 정확한 이윤 계산이 가능한 산업''으로 바꾸는 것이 이 단계에 꼭 필요하다.

이 시점에 다시 짚어볼 제도들은 많다.

거품경기 시절 도입됐던 건설산업의 간접비용을 높이는 온갖 제도들이다.

예컨대 ''턴키개발 입찰제도 CM(건설관리)제도 설계경기'' 등 선투자를 요하는 제도와 엔지니어 설계자들의 무한 사후책임을 묻는 온갖 제도들이 과연 유효하게 작동하는가.

그런가 하면 긴요하게 필요한 ''프로젝트 파이낸싱''같은 것은 금융상황에서 유명무실하고,사업보험이나 전문가 보험제도 역시 부실하다.

기술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도 이론적일 뿐 아닌가.

냉철하게 따져야 할 과제들이다.

건설산업 자체의 환골탈태도 물론 필요하지만,건설산업을 경제개발과 사회문제 해소의 시녀로만 보는 정부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

맹목적 효자가 되기보다는 독립적인 자식으로 거듭나야 할 건설산업이다.

jinaikim@www.seoulfor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