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남성의 날(男人節)''이 생긴다.

국가가족계획을 담당하고 있는 국가계획생육위원회는 최근 10월28일을 제1회 남성의 날로 정했다.

이로써 중국에는 ''여성의 날(婦女節·3월8일)''과 ''남성의 날''이 공존하게 됐다.

중국이 남성의 날을 정한 직접적인 이유는 성인남자들의 생식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발기부진 성욕감퇴 등 ''남성''의 힘이 약화되면서 가정에 문제가 생기고,나아가 사회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하루만이라도 남성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자는 게 남성의 날을 만든 취지다.

생육위의 선양(瀋陽)시지부가 얼마전 발표한 자료는 중국남성들의 생식능력저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지난 70년대 선양시 성인남자의 정자수는 ㎖당 평균 6천만마리였다.

당시 1억마리를 넘는 남자들도 많았단다.

그러나 최근 조사에선 선양 남성의 정자수가 2천만∼4천만마리에 그쳤다.

㎖당 2천만마리 이하로 떨어지면 남성의 생식본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중국 이혼가정의 70%가 성생활 불만에서 비롯됐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남성들 스스로가 "여성에 비해 ''기(氣)''가 떨어진다"고 푸념한다.

베이징의 한 중국친구는 "중국 남자축구팀은 한국만 만나면 쩔쩔매지만 여자축구팀은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중국남성들은 지금 피곤하다"고 말한다.

남성가장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제도화되지 않은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집에 오면 부엌일 아기보기 등 가사도 돌봐야 한다.

우리나라 TV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도 중국의 허약한 남성과 무관치 않다.

드라마 속에서 굵직한 목소리로 가족을 통솔하는 ''대발이 아빠''는 중국남성들의 영웅이었다.

그들은 ''대발이 아빠''처럼 살고 싶어한다.

"여성이 사회의 반을 감당할 수 있다(婦女能頂半邊天)"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은 사회주의 중국의 일관된 남녀평등 정책이었다.

그런 중국이 이제는 고개숙인 남성의 ''기''를 일으켜세워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