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말 미국은 우리 몸 속에 있는 모든 유전자들을 읽어냈다고 발표했다.

인간유전자 염기 서열을 규명하는 게놈지도 초안이 완성된 것이다.

이 업적은 과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인류가 30년 전에 사람을 달에 보냈던 것과 종종 비교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그렇다.

우주탐험계획이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는 미국 항공산업을 이끌어온 시발점이었다면 휴먼게놈프로젝트(HGP)는 다가오고 있는 생명공학산업을 이끌어 나갈 기초작업이다.

HGP는 시작할 때부터 미국경제와 관련이 깊다.

1980년대 TV를 비롯한 가전산업이 일본기업에 시장을 잃은 후 미국에 있는 거의 모든 가전제품 생산공장들은 문을 닫았다.

당시 미국의 한 정치인은 "무역은 국가안보다"라는 말과 함께 미국정책이 일본경제에 대해 고삐를 잡는 것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미국과 일본 사이의 무역 불균형을 바로 잡기 위한 방법들 가운데 하나로 HGP가 선택됐다.

미국이 생명공학산업 분야에서 우위를 점함으로써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HGP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적은 예산을 들여 5년이나 앞당겨 끝났다.

가장 큰 요인은 게놈 연구에 필요한 혁신적인 기계들과 소모품들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들 기계는 향후 생명공학산업에 필수적인 상품이 됐다.

HGP가 끝나더라도 이 기계들은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기계는 컴퓨터산업에서 보면 10년 전에 사용하던 ''덩치만 크고 용량은 작은 구형''과 같다.

향후 크기는 작지만 용량은 크면서 다루기 쉬운 경제적인 기계들이 더 많이 개발될 것이다.

< 스탠퍼드대 휴먼게놈센터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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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서울대 생물교육학과,서울대 생물학 석사,인디애나대 생물학 박사,스탠포드대 박사후 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