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올가을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과 ''특정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 은 두말할 나위 없이 돈세탁을 막기 위한 것이다.

돈세탁을 방지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법이 우리 현실에서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을 유발하지는 않을지 생각해봐야 할 점 또한 없지 않다고 본다.

우선 마약 도박 매춘 탈세 배임 증권시세조정 해외재산도피 뇌물수수 등의 범죄와 관련된 자금을 세탁하면 처벌하면서 왜 유독 정치자금과 관련된 자금세탁만 처벌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현실적으로 노출기피증이 심한 우리사회의 정치자금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부패방지라운드 등 정치자금과 관련된 비리예방에 대해 국제적인 협조체제가 강화되는 최근의 추세에 비춰 볼때 더욱 그렇다.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하는 점과 관련해서도 어려운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1만달러 이상의 현금거래는 무조건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금거래가 빈번한 우리 실정에는 맞지 않으며 공연히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업무부담만 늘어나기 쉽다. 의심되는 금융거래중 일정금액 이상인 경우만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일정금액 이하인 경우는 권장사항으로 하기로 한 재경부 방침도 이같은 사정을 고려한 때문인 것으로 본다. 그러나 금융기관 임직원들에게는 의무보고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며 자칫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당장은 발등의 불인 외화거래만 의무보고하고 원화거래 보고는 단계적으로 의무화 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어떤 금융거래가 의심되는 거래인지 판단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단은 금융기관의 자체적인 판단에 맡기고 애매한 경우에는 재경부에 문의하도록 할 방침이나, 이렇게 되면 공연히 업무부담만 늘어나는 혐의거래 보고를 일선 금융기관들이 꺼릴 것은 뻔한 일이다.

따라서 어렵더라도 어떤 금융거래가 보고대상인지 유형별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

범죄예방을 위한 국제협조를 위해서도 그렇고 경제행위의 투명성 제고와 임박한 2차 외환자유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돈세탁방지법 제정은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치밀한 시행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선언적인 의미에 그치기 쉽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