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최고의 신문중 하나다.

이 신문의 1면 머리에 나오는 사진은 그날그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을 담는다.

역사를 정리한다는 자부심만큼 편집진의 고민도 많을 것이다.

지난달 16일엔 한반도 화해의 상징인 남북이산가족 상봉장면이 이 난을 채웠다.

그날 만큼은 한반도가 세계사의 중심이었던 셈이다.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세계를 바라보는 뉴욕타임스다운 판단이었다.

그런 뉴욕타임스가 요즘 뭔가에 홀린듯 냉정함을 잃고 있다.

아니 뭔가를 홀리기 위해 객관성을 잃어버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흥분은 지난달 8일 조세프 리버만이 민주당 부통령후보로 확정되면서 시작됐다.

''메이저티켓을 따낸 최초의 유태인''이란 대문짝만한 제목의 1면 머리기사는 시작에 불과했다.

그날 이후 뉴욕타임스는 리버만 홍보지로 전락했다.

8월말까지 그가(때론 대통령후보 고어와 함께) 1면 머리사진을 장식한 것은 모두 여섯차례.지난달 28일 디트로이트 교회에서 일반생활에서 종교의 역할을 강조하는 연설장면은 클린턴의 아프리카 방문사진까지 옆으로 밀어냈다.

같은 기간 고어가 1면 머리사진을 차지한 날도 6일뿐이었다.

공화당후보들은 아예 찬밥이다.

대통령후보인 조지 부시는 같은 기간동안 딱 두번 얼굴을 내밀었고 부통령후보인 딕 체니는 한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정치면을 봐도 고어-리버만의 사진은 환하게 웃거나 열정적으로 연설하는 모습인데 반해 공화당 후보들은 고뇌하는 표정들이다.

리버만의 라이벌격인 체니에 대한 기사는 어쩌다 나오는 것마저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다.

기업체 사장시절 받았던 스톡옵션의 문제점,소속회사의 합병 외압설 등등.

미국신문들은 선거를 앞두고 특정후보 지지를 분명히 밝힌다.

그러나 사설을 통해서이지 일반기사를 통해 노골적으로 편들지는 않는다.

그런데 뉴욕타임스가 왜 이럴까.

이유는 간단하다.

소유주인 유태인이 유태인을 돕는 것일 뿐이다.

유태인은 흑인이나 동양계처럼 미국사회에서 설움받는 소수계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뉴욕타임스의 ''탈선''은 소수계의 한풀이일까.

아니면 피가 물보다 진해서일까.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h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