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 경희대 경제학 교수 / 아태국제대학원장 >

기금제도 도입 40년만에 처음으로 공식 평가가 이루어졌다.

작년 전체 62개 기금의 운용규모가 1백96조원에 이르러 예산의 두배에 달한다는 통계만 보아도 국가경제운영에 미치는 기금의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기금제도에 대한 평가는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차원에서 추진,민간전문가들에 의해 각 기금의 필요성 효과성 효율성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설립목적에 충실한지,사업은 효과적인지,담당조직은 투명한지,자산운용은 효율적인지,경영개선노력은 적정한지 등이 주요 평가항목이었다.

기금제도와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랫동안 제기돼 왔는데 논쟁점은 다음 몇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기금 운용이 방만하다는 것이다.

이는 예산당국의 통제도 받지 않고 국회에 보고할 의무도 지지 않는 ''기타 기금''으로 분류되는 기금이 다수 있다는 데에 연유한다.

둘째, 기금사업이 일반회계나 특별회계 사업뿐 아니라 다른 기금사업과의 중복성이 높아 정부재정의 비효율이 초래된다는 점이다.

이는 기금이 칸막이식으로 운용되기에 기금간 업무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일어나게 된다.

셋째, 기금신설이 용이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기금 수가 1백14개로 정점을 나타냈던 94년에는 14개의 기금을 정비했으나 6개를 신설했으며,99년에도 3개의 기금을 정비했으나 2개의 기금을 신설한 바 있다.

넷째 통합재정수지에 기타기금이 포함되지 않으므로 정부재정의 영향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기금재원이 법적 근거를 토대로 조성되고 기금이 공공목적을 위해 존재한다는 의미에서 볼 때,기금이 정부재정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기금은 어느 나라에서나 운영되고 있는 제도다.

특정 공공목적을 위해 정부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예산의 경직성을 보완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기금운용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운용의 실상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으며,이번 평가의 의의를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기금제도의 개선방안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금관리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정부부처가 직접 담당하고 있는 기금의 경우 담당인력의 전문성 제고가 시급하다.

순환보직제도로서는 전문인력확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외부 전문가를 충원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공공부문도 이제는 민간부문의 기법을 활용,여유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셋째, 수익자부담원칙이 적용되는 재원확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한편 복권 등 사행성 재원조달 방식을 선호해선 안된다.

손쉽게 조달하는 장점이 있으나 저소득층이 구매의 주류를 이루는 재원조달 방식은 소득재분배 등 공공목적에 상치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넷째, 운용성과에 대한 보상체계를 강화,경영개선을 위한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

다섯째, 수혜대상자 중복을 막고 수혜자가 이익집단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금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유사기금을 통폐합해 기금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기타기금을 공공기금화해 국가재정의 투명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등 기금제도를 정비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개혁을 단기간에 이룩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혁일정을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스스로 족쇄를 채워야만 개혁노력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공공부문은 공공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민간부문에 비해 경쟁적이지 못하다.

이로 인해 도덕적 해이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는 장치를 구비해야 한다.

투명한 운영,정보공개,지속적 외부평가가 필수적이다.

기금을 이해하는데 있어 특정 공공목적이나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기금이 활용된 ''역사성''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스스로 문제점을 공론화해 개혁하고자 하는 정부의 용기에 대해서는 국민의 격려가 있어야 하며,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을 때까지 국민의 지지와 감시가 이어지길 기대한다.

chskim@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