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씨는 요즘 심한 좌절감을 맛보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그녀는 단란하게 가정을 꾸리는데 만족을 느꼈던 전업주부였다.

회사원인 남편의 월급은 2백만원 정도로 저축이 몸에 밴 알뜰한 생활습관 덕에 생활 기반도 차차 잡혀가기 시작했고 대출을 받아 아파트도 마련했다.

그런데 그런 안정된 생활이 문제였다.

집을 마련하자 남편이 장사를 하겠다고 나서기 시작했다.

매달 납입해야 하는 은행 대출이자 때문에 생활 여유자금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는데도 남편의 고집은 꺾일 줄 몰랐다.

몇번 남편을 만류했지만 자신 있다는 남편의 호언장담에 결국 Y씨는 남편이 결정한대로 해물 음식점을 오픈키로 했다.

창업자금의 여유가 별로 없어 점포는 싼 값에 임대할 수밖에 없었다.

번화한 도로 주변에 점포를 얻고 싶었지만 임대가가 너무 비싸 중산층의 주택가와 맞닿은 도로 끝에 점포를 얻었다.

도로 끝 점포라는 입지상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인테리어에 신경을 써 내부를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꾸몄다.

초기 Y씨 부부가 예상했던 창업비는 2천만원 정도.

그러나 점포를 준비하면서 초기에 미처 생각지 못했던 구입 품목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예상치 못했던 지출까지 합쳐 초기 예상보다 1천만원이 추가된 3천5백만원이란 돈을 들여 힘겹게 겨우 음식점을 오픈할 수 있었다.

음식점을 오픈하고 얼마동안은 다소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세련된 인테리어와 음식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고정적으로 찾는 손님들이 있어 매출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점점 늘 것이라는 Y씨 부부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손님의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넉달 쯤 지나자 하루 매상이 아예 3만~5만원선으로 고정돼 버렸다.

대출이자와 생활비,가게 월세로 드는 2백만원 정도의 돈을 매달 빌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데 실패한 Y씨 부부는 돈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게문을 닫는 마지막 방법을 택하고 말았다.

Y씨의 가게에 손님이 뜸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주변상권이 죽어버린 지역에 점포를 얻은 것이 화근이었다.

Y씨 부부가 가게를 얻기 전만 해도 그 일대는 그런대로 장사가 되던 자리였으나 인근에 전철역이 들어서면서 중심 상권이 전철역 쪽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더구나 Y씨 점포는 도로 후미에 위치해 있어 주변을 통행하는 유동인구수가 적은 데다 젊은이들의 수는 더욱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데 메뉴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돈가스나 생선가스 같은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는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사전에 충분히 상권조사를 하고 점포의 위치와 어울리는 업종을 찾는 것이 창업의 제1원칙이다.

Y씨는 창업에 필요한 기본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감만 내세워 무작정 점포를 오픈하는 오류를 범했다.

메뉴가 너무 많았던 것도 문제였다.

장사가 안되다 보니 이것저것 메뉴를 첨가하는 바람에 메뉴가 15종류 이상으로 늘어났다.

손님들이 찾는 음식은 서너 가지밖에 안 되는데 항상 모든 음식에 대한 재료를 준비해야 했으므로 들어오는 돈보다 불필요한 곳에 낭비하는 돈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천리안 GO 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