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구조조정에 동원된 공공재원은 정부보증 공채발행 64조원을 비롯 현물출자·정부기금·은행차입 등으로 조성된 추가자금 25조8천억원 등 90여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또 올해 말까지 최소한 12조원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동원하는 자금은 모두 1백조원을 넘게 된다.

이러한 공공자금에 대한 평가는 크게 부실청산에 대한 실효성과,국민세금으로 귀착되는 재정부담이라는 두가지 잣대로 할 수 있다.

실효성의 경우에는 금융부실의 규모 변화를 가시적으로 따질 수 있다.

하지만 재정부담의 경우에는 그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는 부분이 크고,또 정부의 공채상환계획에 따라 부담이 미래로 유예될 수도 있으므로 당장의 정책논의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같은 규모의 공적자금이라도 앞으로의 경제여건,구조조정의 진척여부 등에 따라 재정부담 규모가 달라지게 된다.

2000년 4월 말까지 정부는 회수재원 12조1천억원을 포함해 1백1조9천억원에 달하는 공공자금을 금융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했다.

그런데 사용한 자금의 총액과 국민부담으로 귀착되는 예산상의 재정부담은 구별돼야 한다.

현재 정부보증으로 발행한 64조원 규모의 구조조정 공채에 대한 이자는 예산에서 부담하고 있지만,원금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취득한 부실채권,금융기관 지분,여타 자산 등의 매각을 통해 일부 회수할 수 있다.

따라서 공적자금의 순재정부담은 공채에 대한 이자부담과 자금 회수과정에서 발생하는 원금 손실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다.

이자부담은 이자율과 원금상환일정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원금 손실분의 추정에는 자금의 회수율이 변수가 된다.

이론적으로는 정부가 부실채권을 성공적으로 관리해 되팔고,국유화된 은행 지분의 값이 올라 자금회수율이 1백%가 넘을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회수율이 낮은 경우가 보편적이다.

또 자금의 용도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구조조정 초기 단계에 수립한 공적자금 계획은 부실규모 자체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금융기관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하고,또 부실채권매입 할인율을 보수적으로 정하는 등 칭찬할만한 내용이 많았다.

나아가 빠른 경기회복세를 감안할 때 공적자금의 실효성과 회수율이 높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문제는 지난 2년간에 걸친 집행과정에서 나타난 비효율과 무책임의 여파가 컸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상정해야 하는 원금 손실분은 정부의 중기 재정계획에서 완전히 빠져 있었다.

회수된 자금은 원금상환으로 가는 것이 원칙인데도 마치 ''여유자금''처럼 재사용됐다.

구조조정 당사자들도 자구노력은커녕 정부자금에 우선적으로 의존하려 들었다.

공적자금의 실효성이 떨어지니 부실규모는 줄지 않고,급기야 새로운 자금들이 동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존 자금의 상당부분도 부실채권 매입에서 회수율이 낮은 증자지원이나 예금 대지급으로 용도전환됐다.

최근 계산에 의하면 기존의 64조원 외에 앞으로 12조원의 공적자금이 정부보증채로 추가 조달되는 경우 순재정부담액은 원금회수율에 대한 비교적 현실적인 가정 하에서 약 80조8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99년말 현재 중앙 정부의 부채규모가 GDP 대비 18.6%임을 감안할 때 구조조정에 따르는 재정부담으로 인해 GDP 대비 국채규모가 앞으로 급속히 증가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GDP 대비 국채잔고가 선진국 수준에 비해 낮다고 하지만,국채규모의 빠른 증가는 재정기조의 불안정과 이에 따른 정부신뢰도의 하락을 초래,새로운 경제위기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

국채관리에 관한 법 제정은 관련 규정의 실현가능성이 전제가 되지 않으면 자칫 정책의 신축성을 제한한다.

또 정책담당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대대적인 세제개혁을 통해 세입기반을 확충하고 정부기능조정을 통해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정공책만이 국가재정의 신뢰를 회복하게 만들 것이다.

jjun@mm.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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