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는 90년전까지만 해도 광화문 기준으로 왼쪽(동쪽)엔 의정부 이조 한성부 호조가 있고 오른쪽엔 예조 병조 사헌부 형조가 있던 육조(六曹)거리였다.

광장 성격의 이곳이 직선도로가 된 건 조선총독부가 1912년 11월 고시 제78호에 따라 47개 노선계획을 세우면서 경복궁에서 남대문에 이르는 길의 확장에 힘을 기울인 탓이라 한다.

1871년 파리코뮌 기간중 좁고 구부러진 도로가 시민저항의 근거가 됐다는 것때문에 길을 사방으로 쭉 뻗게 설계했다는 파리시가지 안을 참고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민중봉기를 막기 위해 광화문길 개수를 서둘렀다는 얘기다.

그래도 걸어서 건널수 있던 세종로가 지상으론 사람이 다닐수 없는 자동차전용도로가 된 건 66년 서울시장 김현옥씨가 원활한 차량소통을 목적으로 지하도를 만든 다음부터다.

양쪽 모두 보도가 있지만 차도와 건물에 밀려 옹색하기 짝이 없다.

한국통신 건너편 지하도 앞쪽 인도의 폭은 1?가 될까말까다.

서울시가 세종로 일대를 누구나 두팔을 흔들며 기분좋게 걸을수 있는 거리로 바꾸겠다고 한다.

일단 내년말까지 세종문화회관∼현대빌딩앞과 한국통신∼교보문고 사이 보도의 폭을 현재의 두배이상 늘리는 한편 가로수에 야간조명을 하고 각종 입간판을 특별관리해 서울의 샹젤리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론 양쪽의 중앙차선을 떼내 길 가운데 폭 25?의 보행광장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중앙광장을 걸어서 경복궁에 들어가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문제는 도시는 시민이 만든다는 것이다.

발상도 진행도 이용도 시민이 주체가 되지 않으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90년대초 파리시의 샹젤리제 거리 정비를 도운건 그 일대 상인들이다. 뿐이랴. 차량소통량이 줄지 않는한 보도만 넓어진다고 걷기 좋은 길이 되리란 보장은 하기 어렵다.

차도가 줄어도 소통에 문제가 없다지만 어느길 하나만 막히면 온통 주차장이 되는 게 서울의 형편이다.

의욕만 앞세우기보다 현실적 문제를 꼼꼼히 따져 실천하는 일이야말로 혈세를 낭비하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