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44개 워크아웃 대상기업과 경영관리단에 대해 특별점검을 벌인 결과 일부 기업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현상을 적발해 관계기관에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한다.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업을 살리려 애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금감원의 발표내용은 특히 충격적인 일이라는 점에서 일벌백계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앞으로 금융구조조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비슷한 비리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이번에 적발된 비리유형은 기업주가 회사돈을 유용하고 소유부동산을 계열사에 비싸게 파는가 하면 채권금융기관의 사전동의 없이 신규사업을 벌이고 위장계열사를 소유하거나 경영소홀로 관계사 대여금을 부실채권화시킨 것 등 실로 다양하다.

그렇지 않아도 워크아웃이 시행된지 2년이 다 되도록 돈만 들어가고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는 비판이 많은 판에 속사정이 이 지경이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러나 이번 조사발표에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구석도 적지 않다.

그동안 채권단과 감독당국은 무엇을 했는지,제도로서 워크아웃은 문제가 없는지 생각해볼 점 또한 한둘이 아니다.

우선 이처럼 비리투성이인 기업들이 어떻게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됐느냐가 문제다.

워크아웃은 말 그대로 소생가능성은 있지만 일시적으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을 채권단이 채무조정이나 자금지원을 해줘 살리는 일이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비리들이 대부분 워크아웃 이전에 일어났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대상기업 선정때 성실하게 책무를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상기업 선정뿐 아니라 뒤처리도 문제가 적지 않다고 본다.

세무조사 사실이 알려지면 멀쩡한 기업도 온전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현실인데 비리혐의가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닌 지금 금융당국이 서둘러 세무조사 의뢰사실을 공표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비리혐의가 드러난 기업들에 대해 세무조사를 의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굳이 이같은 사실을 공개하면 가뜩이나 어려운 이들 기업의 경영정상화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가 장부상으로만 실시돼 한계가 있다는 금감원의 설명도 납득이 안되기는 마찬가지다.

해당기업의 경영감시는 1차적으로 주거래은행 몫이며 금융당국은 은행들만 감독하면 그만인데 왜 금융감독원에 현장조사권이 필요한지 모를 일이다.

행여 그럴리는 없겠지만 금융당국이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기업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과잉조사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