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대표 정문술)의 부설연구소인 경기도 분당의 미래산업연구소.

1백20명의 정예요원이 포진해 있는 곳이다.

절반 이상이 석.박사다.

소장인 고광일(43) 피츠버그대 로보트 공학박사,범희락 KAIST 정밀기계 박사,고병식 버클리대 열유체공학박사,프랑스인 박사 등 10명의 박사를 포함해서.

이 연구소는 몇 가지 독특한 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1백22억원의 연구비를 썼다.

회사 매출액의 약 20%에 이른다.

이 가운데 고광일 연구소장이 결제한 것은 30억원이 채 안된다.

공동 이용장비 구입때만 사인을 했다.

나머지는 연구원들이 필요에 따라 갖다 쓴다.

연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그리고 금액이 얼마이든.

소장도 누가 얼마를 왜 갖다 쓰는지 따지지 않는다.

연구원이 국내외 대학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학자금 전액을 지원해준다.

연구원을 뽑을 때도 소장이 참견하지 않는다.

필요 인원 채용여부는 실 단위에서 결정한다.

출근부도 없다.

아침에 나오든 점심때 나오든 자유다.

간섭하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면 규율도 없고 엉망진창으로 돌아갈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딴판이다.

고광일 소장은 연구원들에게 제발 좀 쉬면서 연구하라고 간청한다.

하루에 18시간씩 개발에 매달리는 연구원이 수두룩하기 때문.

연구소에서는 이들의 건강을 위해 수면실 헬스클럽 골프연습장을 만들어놨고 24시간 개방 운영한다.

더 희한한 것은 대표이사인 정문술 사장도 이곳에 거의 들르지 않는다는 점.

지난 몇년동안 이곳을 방문한 횟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

이 연구소는 몇가지 일을 "저질렀다".

로봇장비인 칩마운터를 개발,선진국의 내로라하는 업체들이 스스로 대리점을 하겠다고 따라다니게 만들었다.

반도체용 테스트핸들러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이미 확보했다.

올해 미래산업의 매출과 순이익 급증한 것도 연구소의 탄탄한 경쟁력에서 비롯된다.

상반기 매출은 7백30억원으로 작년 한햇동안의 매출 6백32억원을 넘어섰다.

이 연구소는 의욕적인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렉스트"라는 암호명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칩마운터를 내년 상반기중 내놓기로 하고 연구중이다.

생산성 정밀도면에서 모두 정상수준으로 올려놓는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1백28개의 반도체칩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테스트핸들러도 개발중이다.

세계 유일의 챔버방식 모듈램 테스트핸들러를 개발한 데 이어 이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장비도 곧 선보일 계획이다.

월드톱 제품을 속속 내놔 명실상부한 미래산업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겠다는 것.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고광일 소장은 "세계 정상에 도전하는 제품을 속속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031)781-4426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