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서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위원 >

올 상반기에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는 매출이 1백10%,순이익이 90%나 증가하는 초호황을 누렸다.

상장사중 8개사는 상반기에만 이전의 최호황기였던 97년 매출액을 넘었다.

이는 D램과 LCD경기 활황으로 설비투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반도체 장비회사들의 주가는 폭락을 했다.

반도체 장비회사는 장비분야에서는 프로일지 몰라도 주식시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들이 만든 "무대의 배우"에 불과하다.

배우가 각본대로 가지 않고 다른 연기를 하면 보이지 않는 손들은 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자기가 투자한 반도체 장비회사가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회사로 부상하기를 기대하면서 투자한 것이다.

큰 돈을 굴려본 적도 없는 벤처기업가가 주식시장에서 돈 좀 모았다고 본업은 뒷전이고 자기분야도 아닌 인터넷에 투자하네,창투회사를 만들어 머니게임에 들어가네 하면 자본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들은 여지없이 응징한다.

하이테크 산업에서 특정한 국가,그것도 후발국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 경우는 반도체를 제외하곤 별로 없다.

이미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산업은 그러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메모리 업계에 목을 매고 있는 장비업체도 마찬가지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와 같이 반도체장비의 기술과 영업환경 변화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업계는 국내 장비업계가 없어도 공장을 돌리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장비업체는 한국의 메모리업계가 써주지 않으면 아직은 갈 데가 없다.

반도체 장비업계에서도 밤새워 연구개발하고 그 결과 메모리 반도체업계처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세계 반도체장비업계 상위 10개사에 한국업체의 이름이 걸리는 날,한국의 반도체장비 주식도 대박이 터지는 날이 될 것이다.

그러면 자본시장은 이런 회사에 투자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이로써 조달된 돈은 더 큰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

세계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현대전자가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경기 호황으로 떼돈을 벌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업계는 장비납품업체를 후려쳐 장비가격을 깎을 생각을 말고 차세대제품 양산에 주력하게끔 배려해야 한다.

다행히 디바이스업계는 자기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서도 국산장비의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반도체장비업계는 이번 경기호황기에 디바이스업계와 합심해서 세계적인 히트작을 내면 새로운 도약기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못하면 국내 장비업계는 여전히 국내 메모리업계에 빌붙어 사는 "골목대장"의 신세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전병서 bsjeon@daewoo.securiti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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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약력=<>서울대 경영학석사 <>반도체,IT산업 분석 14년 경력 <>99년 아시아머니 선정 베스트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