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요즘 의약분업을 둘러싼 의사들의 폐업,정책만 수립해 놓고 시행준비를 제대로 못한 정부,필요한 약품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는 제약회사들을 연일 질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다국적 제약회사의 국내시장 잠식과 막후에서 잊혀지고 있는 우리의 국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약분업 실시이후 다국적 제약회사의 처방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분업시행에 때를 맞춰 다국적 의약품 유통업체인 쥴릭파마코리아가 국내 의약품 유통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선전포고도 했다.

쥴릭 유통망에 참여한 다국적 제약회사는 한독약품,한국베링거인겔하임,한국쉐링,한국노바티스,한국화이자 등 30여개사에 달하며 국내 제약사도 서너곳 포함돼 있다.

쥴릭은 특정 도매상과 컨소시엄을 구성,약을 배타적으로 독점 공급하고 있다.

지금은 국내 의약품의 5%를 공급하지만 금년내 15%까지 늘려나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실례로 한 다국적 제약회사는 의약분업과 함께 매출이 수개월만에 3백%나 증가했다.

이는 우리 제약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국적 제약회사들에 의한 급속한 시장잠식 우려도 자아내게 한다.

의약분업이 가져올 ''신 의료식민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뻐꾸기는 다른 새의 둥지에 자기 알을 몰래 낳는다.

그러면 다른 새는 그 알을 정성을 다해 부화시켜 키운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엄마 뻐꾸기가 찾아와 데리고 간다.

뻐꾸기의 탁란(託卵)처럼 다국적 제약사회는 대조(original)약품을 팔면서 때를 기다렸다.

국내 제약업계는 신약개발보다는 대조약을 기술도입 또는 위탁판매해 주거나 복제(copy)의약품만 생산하면서 안주해 왔다.

알이 성장해 오히려 자신의 먹이를 가져가는 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때늦은 후회일 뿐이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국내 메이저급 제약회사가 상당한 이득을 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가 않다.

왜냐하면 처방전이 공개되니까 의사도 자신의 의학적 권위를 높이기 위해 약효가 같아도 신뢰도·인지도가 높은 대조약을 처방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조약품은 다국적 도매상이 배타적으로 공급한다.

때문에 동네약국은 대조약을 구비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환자는 처방전을 들고 이리저리 헤맨다.

이같은 국내 의약품시장의 ''식민지 침탈''을 막기 위해서는 의사와 약사 모두 적절한 진료와 조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같은 효능의 의약품이라면 국산 의약품을 처방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국내 메이저 제약회사들은 우선 급한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컨소시엄을 구성,한국형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도 분업의 실천 주체라는 사명감으로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이렇게 해야 다국적 제약회사가 우리 의약품시장에 최면을 걸어놓은 의약품공급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의약분업이 의료선진화를 앞당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