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발표된 상반기 기업 경영실적은 차라리 실망스런 것이라 하겠다.

종합집계로는 사상 최대 순이익으로 요약되는 좋은 실적을 거두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경기양극화와 빈익빈부익부로 요약되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그림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성장산업의 총아로 각광받았던 인터넷 기업들은 적자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사상 최대 증가율(41%)을 기록했다는 순이익부터가 그렇다.

상장기업들은 상반기중 11조5천5백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다지만 삼성전자 한전 한통 포철 SK텔레콤 등 소위 빅5가 전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그 의미가 적잖이 희석되는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1백37%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3조1천8백억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포철이 94%,한전이 4백63%,SK텔레콤이 1백47%의 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일반기업의 경영 실상은 전혀 달리 해석되어야 옳다는 말이다.

여기에 저금리에 따른 금융비용 감축분이 다시 1조5천억원에 달하고 보면 사상 최대규모라는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은 착시(錯視),또는 그 기초가 매우 허약한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오히려 옳다고 보겠다.

순이익이 이렇게 재조정된다면 매출액순이익률 등 소위 질적(質的)경영지표들 역시 다른 결과치를 보여줄 게 뻔하다.

반도체를 제외한 일반 전기전자 업종의 매출이 7.56%나 줄었고 건설이 3%의 부진한 증가율을, 의약 음식료 기계장비 업종도 한자릿수의 낮은 증가율을 보여준데 반해 반도체가 42%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을 비롯 에너지가 40%,자동차산업이 39%의 매출증가율을 달성한 것은 역시 업종간 경기양극화 현상이 예상보다 심각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실망스럽기는 코스닥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코스닥 등록 기업의 상반기 순이익이 평균 80%가 넘는 증가율을 기록했다지만 1천2백억원의 순이익을 올린 국민카드등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 기업들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이 현실이다. 또 새롬과 다음커뮤니케이션 옥션 등 대부분 인터넷 기업들이 늘어난 영업적자를 금융 이자수입으로 떼우고 있는 것도 여간 우려스런 현상이 아니다.

이들 통계상 왜곡을 감안한다면 상반기 기업경영 실적은 전체적으로 오히려 매우 실망스런 것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책 당국은 종합수치가 아닌 산업별 기업별 실상을 정확하게 보고 관련정책을 펴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