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단장인 류미영씨가 16일 서울의 자녀들과 비밀리에 상봉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류미영씨 가족은 남측의 배려로 이날 오후 워커힐호텔 16층에서 다른 이산가족들과 마찬가지로 혈육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같은 시각,호텔 1층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는 박기륜 한적 사무총장이 이들의 상봉여부를 묻는 기자들에게 "북측과 협의중"이라며 연막치기에 급급했다.

정부와 언론간 숨바꼭질은 오래 가지 못했다.

이날 밤 한 기자에게 이들의 상봉장면이 목격된 것이다.

그제서야 정부관계자는 "류 단장이 자녀들의 입장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해 서울을 떠난 18일 이후 발표할 예정이었다"고 실토했다.

한술 더떠 정부측은 이들의 상봉이 "남북관계 진전의 변화를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라고 의미확대에 나섰다.

류 단장은 월북인사다.

의용군으로 ''타의''에 의해 강제징집당한 케이스가 아니라 ''자진''해서 북으로 넘어간 반체제인물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이들 가족의 신변안전을 고려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못하는 것은 아니다.

류 단장은 또 1백명의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에 선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예외를 적용해야 하는 당국의 고충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문제는 통일부,한적 등 정부측 브리핑이 있을 때마다 이같은 해프닝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만 해도 "오는 18일 조선국립교향악단이 서해상 우회항로가 아닌 휴전선 직항로를 이용,서울에 올 것"이라는 박 총장의 브리핑 내용을 홍양호 통일부 국장이 바로 취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난번 6·12 남북정상회담때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순안공항 영접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여부를 놓고 통일부 박재규 장관과 양영식 차관이 입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정부가 기자들에게 브리핑이 아니라 블로킹(방해)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남북문제는 더이상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기 위해 극적효과를 노리는 ''한건주의''나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50년이나 참고 기다린 소중한 만남이 당국자들의 오판이나 소아병적인 사고로 그 의미가 훼손돼선 안될 일이다.

김병일 정치부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