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홍상화

침팬지:욕실에 가서 수건 좀 가지고 와.이 친구 소리를 질러서 안 되겠어.(사이)

고릴라:여기 있어….

침팬지:자 이제 빨리 끝내.소리도 못 지르고 꼼짝 못하게 했으니까.

고릴라:정동현씨,다리를 오므려도 소용 없어.내 주먹은 타깃을 정확히 찾을 테니까 말이야.내 주먹의 타깃은 당신이야.그리고 이건 당신을 위한 거야.앞으로 여자에게는 신경을 쓰지 않고 토크쇼 사회에만 전념하게 될 테니까 말이야.(정동현의 신음 소리)

고릴라:너무 버둥거리지 마.그러면 내 친구가 당신 목을 졸라 죽일지 몰라.자,그럼 이번 주먹은 당신이 조진 모든 유부녀의 남편을 대신해서 주는 거야.

(정동현의 더 큰 신음 소리)

고릴라:다음 주먹은 당신이 조진 모든 처녀의 애인들을 대신해서 올라가는 거야.아마 가장 매서운 주먹일 거야… 야 침팬지,제대로 붙들어.다리를 더 벌리게 해.

(정동현의 아주 큰 신음 소리)

침팬지:야,그쯤하면 됐다.

이 친구 X이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다해도 그 주먹에는 견뎌내지 못할 거다.

야 고릴라,너 기분이 어때?

고릴라:위험한 흉기를 내 주먹으로 제거한 기분이야.남자의 그것은 잘못 놀리면 어떤 흉기보다 더 위험한 거야.

진성호는 다 읽고 난 주간지를 차창을 열고 밖으로 던져버렸다.

정동현이라는 인간을 더이상 그의 기억속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진성호가 탄 차는 뮤지컬 ''박정희의 죽음''이 공연되는 극장 앞에 도착했다.

그는 차에서 내려 극장 앞 광장에 발을 디뎌놓으면서 텅 빈 광장을 둘러보았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관객들의 발걸음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을 광장은 공연 후 극장 건물에서 쏟아져나올 관객들을 맞이할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듯했다 진성호는 그곳에 서서 극장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극장 한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있을 인생드라마 속에 흠뻑 빠져 잠시나마 각박한 현실에서 탈출하여 환상의 세계를 유영하고 있을 관객들을 진성호는 머릿속에 그렸다.

진성호는 자신도 그들 속에 합류하고 싶은 강한 충동에 이끌려 빠른 걸음으로 극장 입구로 걸어갔다.

진성호가 객석에 들어갔을 때는 뮤지컬 마지막 장의 막이 막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뒤쪽 좌석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벨소리가 나지 않게 진동 모드로 바꾼 후 무대에 시선을 주었다.

브리지식 연단 밑에 사람이 서 있을 수 있는 원통형의 단상이 놓여 있었다.

단상 위 구멍에서 뿜어내는 운무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원통형 단상 안에 중간 원통이 있어 위로 올라오면서 그 위에 긴 머리에 흰 로브를 걸친 사람의 모습이 운무 사이로 나타났다.

죽은 박정희를 상징하고 있음을 진성호는 알아챘다.

무대가 밝아지면서 군복을 입은 출연자들이 여가수 역을 맡은 김명희의 리드에 따라 무대 뒤쪽으로 나와 일렬로 선 다음 태권도 기본 동작을 하며 합창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