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에게 일본 사회가 안겨주는 장벽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자와 가나,그리고 외래어를 섞어 쓰기 때문에 일본말 배우기가 힘들다고 끙끙대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지만 언어장벽은 당연한 것이어서 새삼 거론할 바가 못된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대화습관과 행동양식,그리고 외부인을 자신들의 울타리 속에 쉽게 넣어 주지 않는 폐쇄적 사교문화는 넘기 어려운 큰 장벽중 하나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커다란 담장이 하나 더 생겼다.

정보접근의 불편과 불평등이다.

모든 것이 정보에서 출발하고 정보로 끝나는 오늘날 인터넷은 특정계층 사람들만이 이용하는 도구가 아니다.

디지털 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세계인 모두가 항해에 나서야 하는 정보의 바다다.

그러나 입만 열면 IT(정보기술)혁명을 외쳐대는 일본의 경우는 다르다.

외국인들은 일본 땅에서 인터넷 항해를 마음대로 할수 없다.

인터넷 접속을 위해 개인이 문을 두드려야 하는 온라인 서비스업체들이 가입기준을 엄격히 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업체는 월 2천엔 안팎의 사용료를 신용카드로만 받는다.

카드는 일본 금융회사들이 발급한 것이 아니면 안된다.

비자,마스터등 전세계를 대표하는 카드 회사 마크가 붙어있다 하더라도 외국에서 발급된 것이면 ''노''다.

그렇다고 일본 금융회사들이 외국인에게 카드를 쉽게 내주는가 하면 그건 ''아니올시다''다.

발급에 수십일 씩 걸리는 것은 물론이고 기준에 미달한다고 거부해 버리면 그만이다.

카드를 갖고 있다 해도 서비스 회사의 심사과정을 또 한차례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디지털시대를 비웃는 아날로그식 사고방식과 외국인에 대한 의심,편견의 일단을 보여 주는 사례다.

규슈,오키나와 G8서미트에서 일본은 개도국 정보기술 산업 발전을 위해 5년간 1백50억달러를 내놓겠다고 생색을 냈다.

하지만 개도국 지원에 열을 올린다 해도 안방 손님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면 정보대국을 표방한 일본의 글로벌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