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이 있던 지난 7일 아침.김영호 전 산업자원부 장관은 출근 길에 청와대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개각 발표를 불과 서너시간 앞두고 이뤄진 경질 통보였다.

김 전 장관은 지난주 초께 청와대 고위층으로부터 유임에 대한 모종의 언질을 받아 개각 얘기에 별다른 동요를 보이지 않던 상황이었다.

그는 이임식에서 "현실 정치의 벽을 실감했다"며 "아직 ''이임''이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음 말을 아낀 그였지만 갑작스레 장관자리를 내놓게 된 데 대한 서운함과 아쉬움의 속내를 이렇게 털어놨다.

과천 관가에선 김 전 장관의 갑작스런 경질이 자민련 몫이 배려되면서 일어난 돌발 사태로 보고있다.

이같은 정황은 지난 주말을 전후로 청와대와 총리실,자민련 지도부간에 이번 개각과 관련한 접촉이 잦아졌다는 데서 추론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신국환 자민련 총재 경제특보가 후임 장관에 임명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이 다른 부처와의 협조엔 적지않은 문제가 있었지만 사심없이 일했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아무 얘기도 없다가 이렇게 교체해버리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시장에서는 개각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치변수가 끼어들면서 전체적인 개각의 모양새가 흐트러졌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개혁성 전문성 참신성을 기준으로 한다던 개각의 원칙이 무색해졌고 그 결과 옛 인물의 등용만이 눈에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정부 최장수 장관으로 각종 현안을 무난히 처리해왔던 김성훈 농림부장관이 한갑수 전 가스공사사장으로 교체된 데 대해서도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용근 전 금융감독위원장의 교체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금융감독 업무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3년 임기를 법으로 보장한 금감위원장을 특별한 사유도 없이 바꾼 데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관가에선 벌써부터 "어느 당을 봐주는 차원에서,정치 실력자와의 친분때문에 갑자기 장관으로 임명된 게 사실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줄을 잘 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김수언 경제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