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에 이어 새로운 전략분야로떠오른 나노텍(Nanotech)을 둘러싸고 선진국들간에 물밑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이 분야에 주목하는 것은 정보기술과 바이오가 그렇듯이 나노기술 역시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전반에 일대 기술혁신을 몰고 옴으로써 산업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는 물론 경쟁력의 판도를 재편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노(일미터의 십억분의 일)차원에서는 대부분의 금속,세라믹,폴리머 등의 물리적 특성이 마이크로(일미터의 백만분의 일)차원과는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나노기술이란 이런 나노차원에서 아주 작은 물질을 가공하기도 하고,분자와 원자를 뜻대로 배열해 완전히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 내는 초미세가공기술을 의미한다.

이런 나노기술이 이뤄지면 예컨대 피속에 스며들어 체내를 돌면서 건강을 체크하는 초소형 의료진단용 센서라든지 철보다도 단단하면서 동시에 가공하기 쉬운 신소재도 가능해진다.

반도체는 물론이고 의료 신소재 등 광범위한 산업분야에서 그 파급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21세기 3대 중점분야로 인터넷,생명공학외에 나노를 선정했다.

2001 회계년도(2000년 10월~2001년 9월)의 대통령 예산요구안에는 국가차원의 나노기술전략프로그램(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예산의 대폭적 증액이 포함됐다.

미과학재단,국방부,에너지부,항공우주국(NASA),상무부,보건부 등 범부처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면서,2000 회계년도에 2억7천만달러였던 나노기술 연구예산을 내년 회계년도에서는 거의 배로 증대시킨 5억달러를 의회에 요청한 것이다.

현재 미국이 범부처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보기술,환경기술(지구 및 환경변화),바이오제품 및 바이오에너지,차세대자동차 프로그램들과 비교할 때 이번 나노기술프로그램의 예산증가율은 단연 돋보인다.

일본의 경우 이런 미국의 움직임을 간파하고 최근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련)가 정부에 대해 나노기술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나노기술을 21세기 산업과 사회를 지탱할 기반기술로 정의하고 국가차원의 기술개발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일본정부가 1996년에 1억2천만달러의 예산을 투자한데서도 나타나지만,이미 상당한 기술수준이고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을 앞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경제단체의 요구는 기술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이를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기 위해 일본내 우수한 연구인력과 연구기관에 중점적으로 자금을 투입,연구성과를 신속히 실용화할 수 있도록 산학연관 협력체제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다.

유럽 각국에서 이미 1997년에 독일 5천만달러를 비롯,1억2천6백만달러의 예산을 여기에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러시아 중국 캐나다 호주 등도 이 분야의 연구개발예산을 확대해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나노기술은 그 기술적 산업적 파급효과가 막대함에도 현시점에서 보면 시장진입까지 많은 장벽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다 많은 기초연구가 필요하며 특히 화학이나 물리학에서의 이론적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두고 현재의 나노기술을 1950년대의 컴퓨터 및 정보기술,15년전의 생명공학기술에 비유하는 이들도 있다.

어쨌든 정보기술이나 생명기술이 그랬듯이 나노기술의 발화가 시작되면 산업경제적 여파는 매우 클 것만은 분명하다.

주요 국가들이 선점을 위해 물밑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현재의 경쟁양상은 미국이 불안정한 우위속에 일본 유럽 등과 혼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등이 일부 분야에서 약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안현실 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