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올해 설비투자규모를 연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크게 늘릴 것으로 조사됐다는 산업은행의 발표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산업은행은 지난 7월1일부터 14일까지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 설비투자 실적과 하반기 계획을 조사한 결과,투자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그 규모도 연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7.3%포인트가 높아져 전년대비 31.1%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일부에서 국내경기가 정점을 지나 이미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실제로 시중의 체감경기가 위축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 비춰 볼 때 이같은 조사결과는 주목해 볼만한 일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확대가 급속한 경기후퇴를 막아주는 완충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내용의 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려스런 점도 없지 않다.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설비투자 확대가 반도체 통신 등 일부업종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제조업의 핵심인 철강 일반기계와 음식료 등 소비재산업의 투자계획은 연초보다 오히려 축소될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국내경기가 아직도 전산업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취약한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를바 없다.

그런 점에서 우선 경제전망을 낙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또 투자재원의 배분에 있어서 정보통신부문에 대한 집중으로 자칫 과잉·중복투자로 귀결될 경우 국민경제에 부담을 주는 낭비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의 설비투자 확대가 계획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긴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지난 상반기중 투자재원의 70% 이상을 내부자금으로 충당했으나 하반기에는 회사채 발행과 금융차입 의존이 불가피하다는 응답을 보인 사실만으로도 그 이유 설명은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