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5년전만해도 네트워크 컴퓨터에 대한 개념은 다소 모호한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오늘날에는 전세계 2억5천만대의 컴퓨터가 서로 연결돼 있다.

이는 여러가지 점에서 커다란 변화이며 우리가 소위 신경제라고 부르는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신경제를 논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시가총액이나 아이디어의 가치,제품 생산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시스코시스템스의 예를 들어보자.각각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부문에서 업계 선두인 이들 기업의 시가총액 합계는 대략 1조3천억달러에 육박한다.

물론 시가총액은 그날그날의 주가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는 정확히 얼마인지 알 수 없다.

1조3천억달러라면 전세계의 금이나 은 플래티늄과 같은 광물을 수백만년이나 채굴해야 창조할 수 있는 부의 가치에 버금간다.

이는 지식에 의해 작동되는 신경제의 중요한 측면이다.

지난 10여년간 지속되고 있는 미국의 경제성장의 밑바탕도 지식경제에 기반한 하이테크 산업이다.

그런데 이 하이테크 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교육이다.

오늘날 미국은 전세계에서 교육시스템에 대한 투자부문이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 부문에 투자한 돈만 지금까지 무려 4백억달러가 넘는다.

수많은 학교와 연구소들이 서로 컴퓨터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으며 학생들은 전세계 누구와도 손쉽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처럼 거액의 투자를 한 것에 비해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수학과 과학부문의 경우 현 교육시스템에서 교육을 받은 미국의 학생들은 개도국의 학생들보다 성적이 뛰어나지 못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4백억달러가 넘는 교육부문에 대한 투자는 주로 컴퓨터 하드웨어를 구비하는 데 집중됐다.

그렇지만 효율적으로 기술을 습득하고 학생들에게 전수해줄 교사에 대한 투자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부문에 대한 투자의 결과로 신경제는 그동안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고용창출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시스템이 업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인력을 적재적소에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신경제가 가장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생산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물론 요즘들어 새롭게 나타난 문제가 아니다.

최근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다.

얼마전 나는 아일랜드 프랑스 독일 등을 방문했다.

그런데 이들 나라도 미국과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들 나라의 대학은 하이테크업계가 필요로 하는 충분한 수의 졸업생들을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들 나라는 외국의 우수노동력을 수입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들어 기술분야 대학 졸업자들의 수가 차츰 감소하고 있는 것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신경제라는 기관차의 핵심연료가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람이야말로 하이테크 산업의 기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경제의 성장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보다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노동력이 꾸준히 공급돼야 한다.

또한 기계적인 투자가 곧바로 유능한 인재배출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리=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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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크레이그 배럿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내셔널 교육컴퓨터협의회(NECC)에서 ''신경제,신교육''을 주제로 행한 연설을 정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