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번주부터 자동차보험료를 대폭 올리기로 했다.

책임보험료가 평균 14.3% 오르고, 여러 종목들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대물배상과 자기차량손해의 순보험료는 각기 무려 35%, 57%씩 오른다.

그 많은 보험사들이 다 민간기업들인데 어찌 정부가 나서서 가격을 정하는 것인지도 황당하지만 인상 이유가 보험사들 사정 봐주기 위해서라니 더더욱 황당무계하다.

게다가 수학여행버스 사고로부터 1주일도 안돼 나온 정부 방침이라 더 씁쓸하게 느껴진다.

수백명 학생을 태우고도 인정사정 없이 빗길을 달리다 사고 친, 악귀와도 같은 운전자들의 방종에 다른 모든 안전운전자들이 된통 바가지를 쓴 판이기 때문이다.

사고치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게 보험료를 과중하게 매기는 것이 교통사고를 줄이는 시장적 해법인데, 우리는 유야무야 그냥 지나가니 교통사고율 세계 제1의 오명을 좀처럼 벗어날 수 없다.

우리 자동차보험제도가 이렇듯 중세 암흑기를 헤매고 있는 와중에 미국에서는 지금 미래 자동차보험의 사업구조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일대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2년 전부터 텍사스 지역에서만 시험 운영돼 왔던 사용기준(usage-based) 자동차 보험제도가 지난 13일 미국특허청의 관련 특허부여로 본격 확산되게 됐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발신기와 위치확인 위성이 서로 교신해 자동차의 소재지와 운행상태가 매 6분마다 보험사 컴퓨터에 입력되면 보험사는 가입자의 주행 시간과 거리, 또 지나다닌 지역과 시간대의 사고위험도를 감안해 마치 전기료 걷듯 다달이 보험료를 징수한다.

따라서 자동차를 적게 타거나 안전한 지역을 주간에만 운행하는 경우, 그리고 여러대 차를 갖고 있지만 한 대만 주로 타는 가정 등은 50% 내지 75% 보험료만 내면 된다.

지금의 한국처지와 비교할 때 꿈만 같이 느껴지는 이 제도의 창시자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시 인근에 있는 프로그레시브(The Progressive Corporation)다.

지난해 1만9천명 가까운 인력으로 7조원 매출에 3천4백억원 순이익을 올린 시가총액 6조5천억원짜리 보험회사다.

1937년 조셉 루이스와 잭 그린 등 두 명의 개업 변호사가 5개의 소규모 자동차 서비스회사를 묶어 보험회사를 창립하며 시작됐다.

1965년부터는 조셉의 아들 필립 루이스가 3대째 사장을 맡고 있다.

현재로서는 미국 자동차 보험업계 4위로서 1위 기업인 스테이트 팜 보험사의 6.7분의 1(매출액), 3.5분의 1(순이익), 4.2분의 1(인력)에 불과하지만 여러 다른 기준으로 평가할 때 미래는 프로그레시브에게 더 승산이 있다.

독립보험대리점들 사이에서 채택률 1위이고, 온라인 판매 및 온라인 보험사 인기도 1위이며 모터사이클 보험 1위이고, 고(高)위험 보험계약고 선두주자다.

다른 보험사들이 쉽고 편한 사업을 추구할 때 이 회사는 혁신적이고도 과학적인 리스크 관리기법을 끊임없이 도입해 위험도 높은 보험분야를 개척했다.

이로써 성숙기를 지나 사양길에 들어선 보험업계에서 지난 10년 동안 연평균 15%의 순이익 성장률을 기록, 주주들에게 연평균 20%의 투자수익률을 올려 주었다.

이 회사는 온라인이든 대리점이든 전화로 연락하든 가입 희망자의 보험료를 정확히 제시해 준다.

만나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보험료를 제시하는 다른 여느 보험사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투명하다.

아무리 보험이란 것이 여러 사람을 한데 묶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사업이라고 하지만 프로그레시브의 과학적 리스크 계산 기법은 사람마다 당연히 달라야 할 보험료를 과연 다르게 부과한다.

이 회사는 이것으로도 모자라 하루당 보험료가 계산돼 부과되는 "원 데이 보험"을 개발중이다.

전문위원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