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에서 건강보즙액 전문점을 오픈한지 채 1년이 안되는 K씨 부부.

지난해 초까지 그릇 소매점을 하다 실패한 경험이 현재 사업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K씨의 경우 결혼 전 그릇 도매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지난해 그릇 소매업에 뛰어들었다.

근처에 그릇 소매점이 있긴 했지만,중가 이상의 그릇을 취급하는 K씨의 점포와 성격이 달라 개의치 않았다.

배후에는 15~26평 정도의 중소형 아파트가 들어서 있었다.

그는 유동인구가 많은 신도시의 상업지구에 매장 25평,창고 30평형의 점포를 임대했다.

그릇 소매점을 창업하기 위해 부부가 투자한 비용은 권리금 1천5백만원,보증금 6천만원 등을 포함,총 1억5천만원 정도였으며 그릇 소매점의 마진율은 20~30%로 낮은편이었다.

월매출이 2천만원일 경우 마진은 6백만원 선,여기서 기타 비용을 제하면 4백50만원 정도가 순이익으로 남았다.

IMF 직전에는 일일 매출이 80만~90만원선,잘 되는 날은 1백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IMF 위기 이후 서민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매출이 큰폭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 매출이 30만~40만원 선에 그치더니 급기야 적자 운영에 빠졌다.

이후에는 아파트 주변에 대형 백화점이 오픈하고,계속해서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자금력이 월등한 대형 할인 매장이 동남아 지역에서 수입한 그릇들을 싸게 팔기 시작하자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다.

사업을 회생시키고자 세일은 물론 신상품도 꾸준히 들여놓고 2백~3백만원의 비용을 들여 인테리어공사도 했다.

매출을 늘려보고자 잡화를 같이 취급했으나 오히려 소비자에게 그릇소매업의 성격만 애매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다.

K씨 부부의 실패요인은 판매업은 그저 판매만 잘하면 된다는 단순한 사업마인드,주변 아파트 단지와 새로 입점할 대형 할인점에 대한 시장조사부족,과도한 투자비용,그리고 부족한 매출을 해결할 수 있는 대처방안의 미흡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K씨 부부는 산본 같은 신도시의 경우 상권의 축이 계속해서 옮겨다니는 습성을 알지 못했다.

또 경제가 좋아지면 옛날 상권이 살아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에 빠져 현재 주변상권의 흐름을 간과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실패 요인은 쇠퇴기 업종을 선택한 것이다.

경험이 있다고 자세한 업종조사 없이 소매업으로는 이미 사양길에 접어든 업종을 택한 것이 화근이다.

주 고객은 중소형 아파트단지에 거주하는 주부인 반면 취급품목은 5만~10만원대의 커피잔 세트가 기본인 고급품이다보니 주요 소비자의 구매성향과 전혀 맞지 않아 매출을 올릴 수 없었던 것이다.

재고물건값이 1억여원으로 늘어나자 취급품목을 저가 제품으로 바꿀 여력도 남지 않았다.

6천5백만원의 손해를 보고서야 뒤늦게 점포를 내놓았고,6개월 이상의 고민 끝에 현재는 철저한 고객관리로 건강보즙액 전문점을 만족스럽게 운영하고 있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천리안 GO LK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