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 쌍용화재 대표이사 kimjh@insurance.co.kr >

지난해 사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전직원들이 주어진 기간동안 마음대로 여름철 휴가를 갈 수 있게 했다.

나는 사장으로 부임한 지 얼마 안돼 업무도 파악해야 했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유일하게 휴가를 가지 못했다.

하지만 올핸 꼭 휴가를 갈 생각이다.

휴가는 한문으로 쉴 휴와 한가할 가자를 쓴다.

"사람이 한가함보다 즐거운 일은 없다는 말은,아예 할 일이 없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한가하면 책을 읽을 수 있고,명승을 찾아 노닐 수 있으며,유익한 벗과 사귀고,술을 마실 수 있고,책을 저술할 수 있다. 천하의 즐거움 가운데 이보다 큰 것이 있으랴"

중국의 청언집인 유몽영에 나오는 얘기다.

여기서 "한가하다"는 말의 진정한 뜻은 "내 마음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군자라면 한가할 때 호연지기를 키우나 소인의 한가로움은 그를 더욱 한심한 인간으로 만들뿐이라는 속뜻이 있는 듯 하다.

대부분 직장인이 그렇겠지만 늘상 일과에 쫓겨 지치고 피곤하다보니 가정은 본의 아니게 뒷전이 된다.

주말이나 휴일엔 운동하러 다니거나 늘어지게 잠 자다보면 아내나 아이들의 원망을 사기 일쑤다.

그러다간 어느새 그들과의 사이가 어색해진다.

이 서먹한 사이를 끈끈한 관계로 만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휴가"다.

특히 여름휴가는 아이들도 방학을 맞아 온가족이 시간을 낼 수 있기에 더욱 좋다.

가족과 대화가 부족했다면 하루종일 서로 얘기해보자.

나와 가족만의 이야기나 주변의 흥미로운 주제로 많은 시간 얘기하다보면 평소 잊었던 가정의 참 맛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또 그동안 열심히 일해 왔던 것에 대한 보람도 얻을 수 있다.

평소 읽고 싶었지만 일에 밀려 한켠으로 밀어 놓았던 책이 있다면 집어 들어보자.

켠켠히 쌓인 먼지만큼이나 마음의 양식을 쌓는 일을 게을리 해왔던 자신에 대해 조금은 질책하면서 하지만 너그러이 용서하면서...

산과 바다로 떠나는 여행의 기회도 빼놓지 말자.

계곡물에 몸을 담가 산처럼 물처럼 자연이 되어 보기도 하고,또 수평선을 통해 많은 것을 알면서도 침묵할 줄 아는 지혜를 배워보자.

예전에는 휴가를 포기하면서까지 일을 하는 직원이 고과도 잘 받았고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은 때가 있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도 휴가를 마다하며 일하는 직원을 놓고 "능력있다"고 할 수 있을까.

업무능률향상과 능력발휘는 "휴가"라는 재충전의 시간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해 우리회사 직원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