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잘 도산지(53).

인도 펀잡주의 빈민촌 출신인 그가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의 재상이 됐다.

비백인으로는 캐나다 역사상 처음 주의 수반에 당선된 것은 지난 2월 주 총선때 일이지만, 최근 뉴욕타임스가 화제로 다루고 나서야 널리 알려지게 됐다.

캐나다의 유력 주에서 인도계 이민 1세가 정부수반이 됐다는 건 매우 큰 "사건"이다.

하지만 이 나라의 실질적인 국가원수가 중국계 1세라는 점에 비하면 약과다.

영연방 일원인 캐나다의 상징적인 국가원수를 겸하고 있는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은 지난해 자신의 대리 직책인 총독자리에 화교 여성 아드리엔 클라크슨을 앉혀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인기 앵커우먼으로 명성을 떨쳐온 그녀는 백인과의 결혼에 의해 성이 갈렸지만, 2차대전 직후 부모들 품에 안긴 채 홍콩발 캐나다행 밀입국선을 탔다가 억류까지 됐던 불법이민자 출신이다.

북미 정계에서 정상권에 올라선 아시아 이민들의 당당한 성공신화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미국 상무장관에 임명된 일본계 노먼 미네타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일본계는 이미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등지에서 상당수의 연방 상.하의원을 배출하는 등 미국 정치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자리잡은 터다.

눈을 한국계 이민사회로 돌려 보자.1902년의 하와이 사탕수수 이민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북미 이민역사가 벌써 1백년에 달하지만, 지금까지 배출한 "전국 정치인"은 연방 하원의원의 4선째 문턱에서 좌절하고 만 김창준씨 단 한명 뿐이다.

본국의 고위직을 맡아 역류한 사람은 수두룩하면서도 현지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주 뉴욕의 한인 민주당위원회가 어렵사리 마련한 대통령부인 힐러리 클린턴의 상원의원 선거 후원행사에는 정작 한인들보다 보도진과 미국 민주당원들이 더 많이 참석해 주최측을 당혹케 했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미국이민들의 "착근"을 도울 수 있을지 심각하게 생각해 볼 때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