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 서울대 경제학 교수 >


아직도 "관치경제"는 지속되고 있는 듯하다.

지난주 한국경제신문의 지면들을 보자.

"관치금융 이젠 끝내자"라는 시리즈물이 있고, "관치금융 청산"이라는 신상민 논설실장의 칼럼, 정부의 슈퍼뱅크 설립시도에 대한 기사가 있다.

그리고 빅딜 후유증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기사 등 모두 크게 봐서 관치 경제의 존속과 그 후유증에 관한 것들이다.

관치경제는 지난 몇십년가 한국경제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제의식이기도 한 바, 앞에 열거한 글들은 이에 대한 주의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금융부문에 발을 깊이 들여 놓게 된 배경에는 경제후발국으로서 경제추격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성면에서 이해가 되어야 한다.

"금융"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대출심사를 조심스럽게 보수적으로 하는 위험회피 편향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은행의 보수적 성향에는, 남들보다 뒤져서 급히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실물부문으로의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후발국의 상황과는 근본적인 괴리가 존재한다.

선진국가들중에서도 후발국이었던 독일을 중심으로 정부의 유도에 의한 소위 산업금융(industrial banking)이라는 말이 나왔던 것이다.

"관치금융" 문제는 그것이 그 역사적 소명을 다한 시기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고 있을 때 심각해지며, 그렇게 되기 쉬운 것은 각종의 기득권 이해관계와 타성을 낳기 때문이다.

"관치금융 이제 끝내자"를 다룬 김준현 기자도 지적했듯이 관치금융의 폐해는 단지 정부쪽의 문제가 아니라 그 담합 구조속에 안존해온 은행쪽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은행인들을 "고뇌만 할 뿐 용기가 없는" 분들이라고 쉽사리 단정하기에는 문제의 구조가 더 복잡하다.

그것은 단지 은행인 개개인 차원의 행동 양식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제는 정부의 은행에 대한 실질적 소유권과 통제권행사에 있으며, 은행 소유제한 완화로 주인을 찾아주면 된다"는 신상민 실장의 제안이 있다.

그러나 주인 찾아주기론에 대해서는 IMF 외환위기 이전에 실질적으로 재벌 소유 통제하에 있던 금융관련 회사들이 더 부실했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즉 재벌들이 은행을 잘 경영하기 위해서보다는 그룹 자금 조달 목적으로 소유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재벌들이 지분은 2~3%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 통제한다는 기업지배구조이론에서 말하는 소위 현금수취권과 통제권의 괴리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재벌가의 지분이 가령 40%대라면 그 재벌가는 이 금융회사가 진짜 자기 것이므로 실질적 경영 성과에 관심이 클 것이다.

이런 논리에서 보면 은행주식보유는 상한선이 아니라 하한선을 두어 "소유하려면 진짜, 확실하게 최소한 20~30% 이상씩은 가져라" 하는 식이 맞는 처방일지도 모른다.

필자는 "은행지분상한선 확대"가 은행을 진짜 책임지고 소유하고 잘 경영하려는 주인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면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그렇지만 이런 대자본 주인이 등장한다면 그에 대한 견제, 즉 내부의 기업지배구조면에서 견제와 외부의 시장경쟁에서의 견제, 즉 외국은행을 포함한 은행간 경쟁이 동시에 갖춰져야 함을 지적하고 싶다.

kennet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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