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총파업이 협상에 의해 정부나 노조가 다같이 얻은 것이 많은 "윈윈게임"으로 끝났다는게 대체적인 평가이고 보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금융구조조정에 대해 은행원들을 충분히 납득시켜 명시적인 동의를 얻어냈다는 설명이고, 노조는 정부의 관치를 차단하고 자율경영의 틀을 확고히 했다는 점을 전과로 꼽는다.

그렇다면 납세자이자 금융기관 고객인 국민의 입장에서는 어떤가.

국가경제의 혼란과 고객들의 금융이용 불편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는데 인색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번 정부와 노조간의 합의가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는 좀더 시간을 갖고 지켜 보아야 할듯 싶다.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금융산업 구조조정이 앞으로 어떤 속도,어느 방향으로 진행될 것인가다.

정부와 금융노조간의 합의문에 나타난 금융구조조정의 원칙은 대충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6월말 기준으로 경영정상화가 어려운 은행이나 공적자금 투입은행 등은 오는 9월말까지 자체경영정상화 계획을 받아 객관적 평가를 거치고,독자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은행에 대해서는 공적자금 투입과 금융지주회사 자회사 편입 등의 방법으로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하나는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구조조정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 것인가 이고,다른 하나는 공적자금의 투입이 늘어날 경우 그 자금은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금융지주회사법은 제도로서는 여러가지 장점이 많다.

금융겸업화 추세에 알맞는 조직형태로 자회사의 전문성 유지와 상호경쟁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둘수 있고,정보기술투자 등을 공동으로 수행함으로써 자회사의 중복투자를 배제할수 있다.

대형화의 이점도 누릴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금융현실에 비추어 구조조정의 수단으로서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번 정부와 금융노조간의 합의 내용을 함께 고려하면 더욱 그런 의구심을 가질수 밖에 없다.

금융지주회사와 여기에 편입되는 자회사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중복 과잉투자나 조직의 정비가 전제돼야 한다.

그런데도 이번 합의문에는 금융기관의 조직 및 인원감축 등은 노사간의 단체협약을 존중하겠다고 못박았다.

그런가 하면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 등 정부가 대주주인 은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도 정부주도의 강제적 합병은 없다고 밝히고 있어 혼란스럽다.

만약 일부 공적자금투입은행을 금융지주회사로 묶을 경우 지주회사의 지분도 정부가 대주주일수 밖에 없다면 "관치를 안하겠다"는 이번 약속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이며,지주회사로 묶으면 지금과 무엇이 달라지는지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노정합의로 지주회사로 편입되는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 10%를 맞춰주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공적자금 추가투입이 불가피하다고 한다.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미 바닥난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도 국민들의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부담은 부담대로 늘어나면서 금융구조조정은 형식에 그치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철저한 구조조정을 위해 지주회사 설립,공적자금 조달,예금보장 한도 등 여러가지 사항들에 대해 좀더 설득력 있는 정부의 구체적 청사진 제시가 필요하다.

한 가지 더 짚어 볼 과제는 파업을 담보로 한 산별노조와 정부가 직접 협상을 벌인 것이 과연 올바른 대응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형식은 노사정위 활동의 일환으로 참여한 것이고,합의발표도 노사정위 의결사항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는듯 싶어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밝혔듯이 관치문제나 지주회사법 제정,예금보장한도 등 정책적 사안은 노동쟁의의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금융노조의 파업을 명백한 불법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사실상 노사"협상"에 나선 것은 이해하기 힘들고,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 것이어서 뒷맛이 개운치않다.

구조조정도 그렇거니와 집단행동에 대한 대응도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사족을 달자면 머리 깎고,붉은 머리띠 두르고,깃발이 나부끼는 노조의 시위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지난 12일자로 발행돼 팩스로 전달된 금융노조 유인물의 한구절을 보자.

"자본과 권력이 노동자 계급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세상이 온존하는 한 총파업 깃발은 적들의 눈앞에서 계속 펄럭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꼭 그렇게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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