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이 낮은 우리 금융기관들의 안일한 태도로는 미래가 없다. 2차 금융구조조정은 노조의 파업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양보나 타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조와 협상을 하더라도 금융지주회사제도는 양보할 수 없다"

"수시로 말을 바꿔온 정부가 우리를 농락하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관치금융 철폐와 강제합병이 없음을 선언해 달라"

정부와 금융노조가 주고받은 말이다.

금융노조는 90%이상의 참석에 90%이상이 찬성하여 파업으로까지 치달았다가 막판에 타협됐으니 다행이다.

이러한 사태는 "강제합병을 추진한다" "은행스스로의 자율적인 합병을 추진한다" "연내에 합병은 없다" "초대형 은행이 탄생해야 한다" "합병하더라도 인원감축은 없다"등 상황에 따라 말을 바꿔 온 "오락가락 정책"때문이라고도 하고 "총체적으로 처방이 잘못되고 있으며 업계에서 정부를 신뢰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상황"때문이라고도 했다.

1997년 12월 캉드쉬 IMF총재는 여야 3당 정책위의장,국회 재경위와 노동위 위원장.간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은 8년간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끝내지 못해 경제가 어렵다.

한국도 오래 끌면 다시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

그 때는 엄청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신속 과감한 구조조정이야 말로 성공을 보장한다"고 충고했다.

1998년 6월 한 외국은행지점장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합병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자끼리 합치거나 강자가 약자를 먹는 것이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은 부실의 대형화일 뿐이다.

은행의 건전성은 대출자산의 건전성이고 대출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대그룹의 건전성에 달려있다는 것이 외국은행의 시각이다"고 말했다.

1997년 12월 IMF와의 협의에서 구조조정에 관해 중요하게 논의된 사항은 통합감독기관의 설립,엄격한 퇴출기준에 의한 부실금융기관의 폐쇄와 합병,은행대출의 상업성 존중,지시금융( directed lending )의 즉시 폐지 등이었다.

당시에는 논의에도 없었던 재벌간의 "빅딜"문제로 업계가 시끄럽더니 이제는 지주회사를 계기로 금융노조가 파업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금융지주회사제도는 미국은 자회사를 통해 은행 증권 보험 등을 겸업하도록 허용하여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정하고 있다.

일본은 같은 은행간의 합병에 따른 조직통합과 인력감축에 따른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시간을 갖고 대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합병지연수단으로 악용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합병의 강력한 수단으로 인식되어 마찰이 일어났다.

금융지주회사가 미국식의 겸업화를 위한 것이라면 최근 겸업과 전문화를 위한 지주회사 도입을 발표한 신한은행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반대할 이유가 없고 일본식의 합병지연수단이 된다면 그 또한 문제다.

미국식이라면 막무가내로 반대할 이유가 없고 일본식이라면 굳이 서두를 이유도 없다.

처음에 지주회사가 문제되다가 "10조원 채권펀드 강제할당" "대우CP 매입강요"등의 예를 들면서 관치금융으로 번져갔다.

"지시금융"은 즉시 폐지하기로 IMF와 약속한대로 시장여건이 되는대로 추진하면 되는 것이지 없다고 잡아뗄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구조조정프로그램을 재점검하고 "총체적인 개혁피로감"을 돌파,일관된 자세로 계속하여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금융개혁은 합병이나 지주회사를 추진하기 전에 기존 부실의 근원인 기업의 "워크아웃"부터 먼저 끝내야 한다.

그 다음 개혁의 고통을 은행에 돌리기 전에 추가 부실을 예방하기 위해 엄격하고 상업적인 대출심사제도의 확립에 의한 자율적인 대출결정과 은행수수료의 자율화 등 실질적인 은행경영의 상업적인 자율성이 먼저 보장돼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전참전용사였던 HSBC의 회장을 런던에서 만나 우리나라에 대한 대출과 투자를 왜 회수하느냐고 물었을 때 "기업의 투명성( transparency )결여,과격한 노조( militant labor union ),그리고 예측 불가능한 북한"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을 금융노조에게 들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