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진출해 있는 대다수의 국내 업체가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인터넷 분야에서 만큼은 한국이 적어도 1~2년정도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IMF라는 척박한 경제 환경 속에서 오로지 살아남을수 있는 기술 개발 하나만을 위해 매진해온 국내 벤처들의 열정 덕분이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 이외에 일본이 인터넷 분야에서 한국에 뒤떨어진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번째는 국민성이다.

일본인들은 본질적으로 "대충"이나 "어림잡아"등의 정확하지 않은 표현을 싫어한다.

그런데 인터넷은 처음엔 어림잡아 접근 할수 밖에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정확한 예측가능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고는 어떤 사업이든 쉽게 뛰어들지 않는 일본인들의 특성과 부합되지 않는 것이다.

즉 당분간은 책임구분이 모호하고 결과가 애매할 수밖에 없는 인터넷 분야에 CEO(최고경영책임자)나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1~2년의 시간을 소비한 것이다.

인터넷 이용자 개인 차원에서도 일본인들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지나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포탈 사이트의 페이지뷰나 회원등록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나 불완전한 보안문제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전자상거래때 카드 사용은 거의 모두가 회피하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유선통신 인프라가 활성화돼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전용선이나 디지털가입자망(ADSL)과 같은 초고송 통신의 경우 사용료가 비싸고 그로인해 인터넷 확산이 느려지고 있다.

지난 6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Fore Site 2000"이라는 한.미.일 3개국 벤처 박람회에 참가했던 한국의 30여개 벤처업체는 모두 일본의 엄청난 전용선 임대가격에 깜짝 놀랐다.

1회선을 2일간 임대하는데 전용회선도 아닌 종합정보통신망(ISDN)이 한국의 2백56K속도 전용선 1개월치(75만원)보다 비싼 7만5천9백엔(약 83만원)이었다.

일본의 유선통신 사용료가 비싼 이유를 그동안 통신시설 부족으로 생각해왔으나 얼마전 와세다대학이 주관한 도쿄지역 한 벤처모임에서 사실은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재 일본에는 광선로가 전국 모든 지역으로 뻗어있어 유선 인터넷이 급속히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

그런데 전용회선을 소유하고 있는 NTT가 수익 보전을 위해 정치권과 협의 아래 고가 정책을 펴고있다는 것이다.

그로인해 유선 인터넷 활성화 속도가 더뎌지고 있고 업계는 유선 분야에서의 열세를 무선으로 만회하기 위해 휴대폰 서비스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내 인터넷 열풍과 함께 통신료 인하 여론이 비등해짐에 따라 NTT가 사용료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회선 사용료가 싸지고 보급이 확대되는 올 하반기부터 일본 인터넷시장이 급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세가 소니 닌텐도등 게임기 업체들이 게임기에 게임 네트워크 기능은 물론 인터넷 접속기능까지 장착하고 있는 점도 인터넷 확산을 부추기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어쨌든 일본이 인터넷 분야에서 한국보다 뒤처져 있다는 건 국내 인터넷 업체에 소중한 기회가 된다.

1~2년전 한국에서 있었던 포털이나 회원에 대한 마케팅 열기가 이제 시작되고있고 일본 정부도 인터넷 설비나 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정책흐름이 바뀌고 있다.

한국에서 통했던 인터넷 아이템을 일본에서 시작하려 한다면 지금이 적기이다.

다만 전자상거래 부문은 좀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직접 살펴 보지않고 상품을 구입하거나 인터넷상에서 먼저 돈을 지불하고 상품을 기다리는 소비문화가 일본인들에게 좀더 익숙해질 때까지는 말이다.

김경수 인터넷공동구매 대표이사 kskim@my0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