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사는 집은 "초가삼간"이다.

하지만 위치만은 그 어느 곳도 부럽지 않다.

워싱턴 시내까지 자동차로 20분이면 족할뿐 아니라 출퇴근길도 포토맥강변을 따라 숲을 가로지르는 "조지 워싱턴 파크웨이"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정부고관과 외교관 변호사등 그야말로 "돈 있고 힘있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다.

그러나 이런 동네에 아직 통신용 광케이블이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왕국 미국의 수도 워싱턴,그것도 고관대작 동네에서 아직도 전송속도가 28.8k에 불과한 느림보 "달팽이 인터넷"에 의존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이러니중 아이러니다.

한국과의 시차때문에 집에서 밤일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은 기자로서는 여간 큰 애로사항이 아니다.

최근 전화회사로부터 고속 인터넷 접속용 DSL을 설치하라는 광고가 배달됐다.

"당장 설치해달라"고 전화를 했다.

잠깐 기다리라던 직원이 "그 동네는 아직 광케이블이 없어 DSL설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이곳은 부유층이 사는 동네고 따라서 장사도 잘 될텐데 광케이블을 왜 빨리 깔지 않느냐"고 되물었더니 "모르는 소리 말라.그쪽은 집마당들이 넓어 광케이블을 까는데 돈이 그만큼 더 든다"는 답변이 나왔다.

아파트단지와 비교하면 거대주택이 몰려있는 동네는 광케이블 투자효율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럼 언제쯤 가능하겠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그 동네는 거의 마지막순위에 걸려 있다.

그러니 족히 1년 반은 걸릴 것"이라는 반응이다.

"DSL이 그렇게 급하면 그곳을 빨리 벗어나는 수밖에 없다"는 농담도 곁들였다.

집이 없어 두 달을 기다려 간신히 끼어든 동네가 "인터넷 달팽이동네"인줄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같으면 한 동네에 사는 고위관료의 전화 한통화로 광케이블은 벌써 깔렸을 지도 모른다.

투자효율을 핑계로 높은 분의 지시를 무시할 수 있는 전화국이 한국에는 과연 몇 개나 될까.

"특권층 동네라 오히려 손해본다"는 미국적 사고가 부러울 뿐이다.

워싱턴 특파원 양봉진 www.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