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시장에서 불공정 경쟁은 여전합니다.

다른 산업부문에서는 예전보다 많이 투명해 졌는데 광고시장은 대기업들의 불공정 행위가 여전해요"

다국적 광고회사의 한국 현지법인 사장 K씨는 "대기업들이 광고를 발주할 때 외형적으로는 공개경쟁 방식을 택하지만 실제로는 계열 광고회사에 몰아주는 관행이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폐해는 결국 광고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광고시장에서 광고주들이 인하우스 에이전시(그룹 계열 광고회사)에 물량을 몰아주는 것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때 이에 대한 비난과 자성이 인데다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다소 변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시 구태가 부활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0대 광고회사의 경우 계열사의 광고물량은 50%를 넘고 있고 일부는 70~80%에 달한다.

선두업체인 제일기획의 경우 3대 광고주는 삼성전자 삼성그룹 삼성물산이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광고물량은 1천4백억원(해외광고포함)으로 제일기획 전체 취급고 4천4백50억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올 상반기에 2위를 차지한 금강기획도 3대 광고주는 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다.

LG애드의 5대 광고주는 LG전자 LG화학 LG텔레콤 LG그룹 LG정유 등으로 상황이 더 심각한 수준.

국내 4위 광고회사인 대홍기획 역시 4대 광고주는 롯데제과 롯데백화점 롯데칠성음료 롯데리아로 대부분 "집안 일"을 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중견 광고회사들도 계열사 의존도는 대부분 50%를 넘는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계열 광고회사에 광고를 몰아줄 경우 실력에 의한 경쟁 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은 관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광고산업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00년 상반기 10대 광고회사(방송광고 취급액 기준)는 제일기획 금강기획 LG애드 대홍기획 휘닉스커뮤니케이션즈 코래드 오리콤 유니버설맥켄코리아 애드벤처월드와이드 동방커뮤니케이션즈 순으로 조사됐다.

<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