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개인정보 보호방침(약관)"을 만들어 달라거나 아니면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개인정보 보호방침"이 잘 만들어진 것인지를 검토해 달라고 부탁하는 인터넷업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사업을 하시는 분들에게 "최소한 프라이버시 바우(privacy vow:개인정보 보호방침을 영어로는 이렇게 부릅니다)는 잘 만드셔야 신뢰가 가는 싸이트라는 소리를 듣죠"라고 이야기하면,비싼 돈 들여 그럴 필요가 있느냐며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사정이 많이 달라 진 것이지요.

특히 정부도 인터넷기업들에게 매우 강력한 내용의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개인정보 보호지침"을 마련,개인정보 보호의 문제가 인터넷업체들에게 매우 중요한 현안의 하나가 된 듯합니다.

사실 개인정보의 보호는 사생활의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와 직접 연관된 문제로서 굳이 인터넷과 관련짓지 않더라도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유독 인터넷사업과 관련하여 개인정보의 보호가 문제가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그것은 인터넷 환경에서 개인정보의 침해 가능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이라는 수단은 기업들로 하여금 개개의 소비자들을 상대로 직접 마케팅을 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거기다가 정보처리기술이 급속히 발달함에 따라 소비자 개인의 정보를 마케팅에 매우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다 보니 소비자 개인의 정보는 인터넷사업에 있어서 하나의 중요한 재산이 되었습니다.

이 말은 결국,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고,개인들은 사적 정보가 자신도 모르게 누출되어 상업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다는 말이 됩니다.

더구나 전자상거래의 속성상 그러한 정보가 국경도 없이 순식간에 널리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는 그 심각성이 보통은 아니지요.

미국의 경우 올해 초 세계 최대 광고회사 중 하나가 자사 웹싸이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신상정보를 본인의 동의도 없이 마케팅 등 목적으로 유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조사에 착수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모 유명 싸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이 자신이 전혀 가입한 적이 없는 다른 업체로부터 광고메일을 받아 확인해본 결과, 자신의 개인 정보가 양 업체간에 공유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송을 제기하여 문제가 되었지요.

한편,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에 관하여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듯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전자거래기본법이 전자거래 당사자 등에게 개인정보보호의무를 부과하고 있고,정보통신망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개인정보보호 규정이 있습니다.

정보통신법의 경우 개인정보의 유출 및 목적외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입목적이나 이용목적 이외의 용도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 제공한 자는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정보통신망법에 기초하여 개인정보 보호지침이 마련되었는데,앞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이 지침은 인터넷기업들에게 매우 강력한 내용의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인터넷 산업을 매우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인터넷업체들로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법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필요한 조치들을 사전에 철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일부 인터넷업체는 다른 업체의 개인정보 보호방침을 그대로 베껴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저작권 침해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이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과 같은 어색한 개인정보 보호방침으로는 효율적인 법적 대처가 되기는 커녕 오히려 그 싸이트의 이미지만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 법무법인 광장 전자상거래법팀장 swlim@PARKLAW.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