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사에는 노을이 빨리 찾아온다.

해거름의 산그늘 아래 지친 육체를 누이면 마음은 평화롭고 겸손해진다.

뿐인가.

모든 것이 잠든 새벽.

미명의 숲길을 혼자 걸으며 청솔잎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속세의 번뇌와 욕심은 한순간에 사라진다.

기상 스님의 "정구업진언..."(靜口業眞言...) "천수경"(千手經) 외는 염불소리도 청아한 목탁소리와 함께 고요히 퍼져 나간다.

사찰수련회는 혼탁한 도심의 일상에서 벗어나 산사의 품속에서 참선과 묵언정진, 1백8배로 심신을 단련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짧은 기간의 출가(出家)를 통해 불가의 엄격한 법도와 칼날 같은 정진을 경험하게 된다.

일단 종무소에서 등록을 하고 나면 모든 소지품을 맡긴 뒤 지급받아 입은 잿빛 수련복 외에는 "빈몸"이 된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물건 몇가지를 사러 수련복 차림으로 일주문을 벗어날라치면 "그 몸에 필요한게 무에 그린 많은가요?"라는 스님의 따끔한 질책이 떨어진다.

그 질책은 때론 수련기간 동안 화두(話頭)처럼 물음이 되고 대답이 되기도 한다.

산사에서의 하루는 새벽 3시 기상과 함께 시작된다.

법고가 울리고 목어(木魚)소리가 낭랑한 가운데 운판(雲板)의 울음소리가 새벽하늘을 깨우면 오체투지(五體投地.두 무릎, 두 팔꿈치와 이마를 바닥에 붙이는 가장 낮은 자세)로 1백8배에 들어간다.

이어 목탁소리에 맞춰 예불문을 외면 저절로 자신의 내면세계를 살피게 된다.

수련프로그램은 사찰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수련기간중 일관되게 주어지는 과제는 묵언과 좌선이다.

절대 침묵을 지키는 것과 "이 몸을 이끌고 이곳까지 오게 한 것이 무엇일고(이 뭣고)"라는 화두를 잡고 자신의 마음자리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묵언중에는 부부끼리도 서로 말을 하지 않는다.

말에 둘러싸여 말로써 소통하며 관계맺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전혀 다른 세계로의 접근이다.

지도법사 스님은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눈빛으로 말하는 것이 더욱 간절하다"고 설명한다.

1시간20분에 걸쳐 향을 피우고 예불을 끝내면 곧바로 좌선에 몰입한다.

수련일정중 가장 어려운 과정이다.

잠깐이라도 졸다 보면 지도스님의 죽비가 어김없이 어깨를 내리친다.

밥그릇 4개로 이뤄지는 발우공양(식사)도 잊지못할 체험이다.

밥 국 반찬 천수물을 각각 받아 놓은 발우를 앞에 두고 내가 이 음식을 먹을 만한 일을 했는지 반성해 본다.

반찬과 밥은 절대 남겨서는 안된다.

그릇 닦은 물까지 숭늉으로 마셔야 한다.

마지막 밤에는 9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까지 좌선과 오체투지를 1천80배나 한다.

쉴틈없이 계속되는 좌선과 강의, 예불의 강행군으로 수련인들중에는 오히려 육체적 고통을 그리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2박3일 또는 4박5일의 짧은 출가는 수계식을 끝으로 긴 깨달음의 여운으로 돌아온다.

일철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은 "여름수련회에서 산사의 생활을 직접 체험해 보면 "참" 나를 깨달을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다시 태어난 나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조계종 수련법회정보센터 02-7300-108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